소방청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리튬배터리 열폭주 추정"
소방청, 화재 102일 만에 조사 결과 발표
6층 적재선반서 발화, 정확한 제품 특정 못 해
진화에만 109시간, 1140억원 재산 피해
소방청 "물류창고 배터리 충전량 제한 추진"
[파이낸셜뉴스]지난 7월 발생한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보관 중이던 생활용품에 내장된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청은 화재 발생 102일 만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배터리의 충전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28일 소방청과 인천소방본부, 국립소방연구원 등 8개 기관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한 중앙화재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관계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영상, 현장 감식 등을 토대로 최초 발화 지점을 B동 6층 물품 적재 선반으로 특정했다. 해당 선반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내장된 생활용품이 보관돼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도 배터리 내부의 절연 기능이 손상되면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다만 화재로 제품이 심하게 훼손돼 최초 발화 제품까지 특정하지는 못했다.
불은 제품 외장재와 포장재, 주변 종이박스로 옮겨붙은 뒤 상층부와 건물 외벽을 따라 확산했다. 7층과 8층 옥상층 식당까지 번졌으며, B동 외벽을 따라 A동 방향으로도 확대됐다. 소방당국은 진입 램프 구간에 방어선을 설치해 A동과 5층 이하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지난 7월 18일 발생한 화재는 22일 오후 8시 35분 완전히 진화됐다. 진화에만 109시간 30여분이 걸렸으며, 소방과 경찰 등 917명과 장비 255대가 투입됐다. 소방대원 2명이 연기 흡입과 탈진 등으로 경상을 입었다. 재산 피해는 부동산 374억원, 동산 766억원 등 총 1140억원으로 추산됐다.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도 이날 이번 화재와 관련해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화 혐의로 성명불상자를 입건해 수사했지만, 소방시설 관리나 안전수칙 위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 소방시설도 정상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물류창고의 배터리 보관 안전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배터리 충전 정도에 따라 화재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리튬이온배터리와 배터리 내장 제품의 충전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대형 물류창고의 화재 대응 방식도 정비한다. 초기 진압 가능성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방어선과 방어층을 설정해 불길 확산을 막는 '무창층·복합구조 물류창고 화재 대응절차(SOP 244)'를 새로 제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불이 난 물류센터는 2020년 5월 건축허가를 받아 올해부터 시행된 대형 물류창고 소방시설 강화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소방청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추가 예방·대응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용철 소방청장은 "물류창고는 종이박스와 포장재 등 가연물이 많아 작은 불씨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배터리 관련 제품을 보관하는 사업장은 보관 구역 관리와 초기 화재 감지에 각별히 주의하고, 가급적 배터리 충전량을 낮춰 보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