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12년 전부터 소방용수·진입로 문제 지적…구룡마을 화재에 또 발목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2014년 서울시의회서 소화전·진입로 문제 지적
서울시·소방당국, 소화전·호스함 설치 등 시설 보강
좁은 골목·상수도 연결 제약에 근본적 해결 난항
소방당국, 화재 때마다 용수 확보에 어려움 반복

소방대원이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대원이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지난 27일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소방당국이 소방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같은 문제가 12년 전 서울시의회에서도 지적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소방당국이 소화전과 소방호스함 설치 등 시설 보강에 나섰지만 좁은 골목과 상수도 연결 제약 등 구조적 한계로 화재 때마다 소방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룡마을의 소방용수 부족과 소방차 진입 문제는 지난 2014년 11월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회의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이석주 서울시의원은 "구룡마을 중간에 2개 정도만 옥외소화전을 설치할 수 없느냐"며 소방시설 확충을 요구했고 권순경 당시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마을 입구 좌우측 대로변에 소화전이 설치돼 있다"고 답했다. 마을 내부에 소화전이 부족해 외부 소화전에서 소방호스를 길게 연결해야 하는 문제가 이미 제기된 셈이다.

좁은 도로로 인한 소방차 진입 문제도 거론됐다. 권 본부장은 당시 "진입로가 좁기 때문에 차가 들어가면 돌아서 나올 회차로가 없다"며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듬해 서울시와 소방당국은 소방시설 보강에 나섰다. 2015년 3월 서울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권 본부장은 "지난 1월 대로변에 있는 상수도 배관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걸 추진하고 있다"며 "소화전 1개와 소화전 호스함 6개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시설 보강과 함께 구룡마을은 이미 지난 2002년부터 화재예방강화지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마을에는 비상소화장치 10개소와 간이연결송수관 2개소 등이 설치돼 있다. 현장 관리와 방염제 도포, 소방도로 개설 등에도 5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설 보강에도 소방당국은 소방용수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 내부에 상수도와 연결된 소화전이 부족해 대로변 소화전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여러 소방차가 동시에 용수를 공급받으면 수압이 떨어질 수 있어 대형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 관계자는 "마을 내부에 상수도와 연결된 소화전이 없어 대로변 소화전을 이용해 진압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하나의 배관에 여러 수관을 연결하면 수압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 내부에 소화전을 추가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올해 초 화재를 비롯해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시설 확충과 화재 예방을 위한 투자가 이어졌지만 좁은 도로와 가연성 건축자재 등 마을의 구조적 위험 요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룡마을과 같이 샌드위치 패널과 판자 등 화재에 취약한 자재로 구성된 지역은 소화전이나 비상소화장치를 추가 설치하더라도 근본적인 화재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좁은 도로와 가연성 건축자재 등 마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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