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시간 폭행당한 끝에 아들 살해... 대법 "과잉방위 아니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버지 징역 4년 확정... "몸싸움은 서로 공격한 상황, 방어로만 볼 수 없어"
어머니 사망 뒤 상속 갈등... 유일한 유족인 딸은 처벌 원치 않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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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들에게 1시간 동안 폭행과 협박을 당한 끝에 아들을 숨지게 한 60대 아버지가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몸싸움이 서로 공격하는 상황으로 바뀐 이상 방어행위로만 볼 수 없어 과잉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0시 5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자택에서 친아들 B씨(32)의 왼쪽 목 부위를 깨진 사기그릇 조각으로 찌르고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사이가 멀었다. 지난해 3월 B씨의 어머니가 숨진 뒤 B씨는 상속 문제 등으로 A씨에 대한 분노를 거듭 드러냈다. 사건 전날인 지난해 9월 22일 오후 10시 22분께 B씨는 A씨 집을 찾아가 '카카오톡에 왜 답장하지 않느냐'며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부엌에 있던 식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폭행이 잠시 멎었다가 B씨가 다시 때리려 하자 A씨는 B씨를 넘어뜨리고 몸 위에 올라탔다. 몸싸움 과정에서 다리미로 B씨의 머리를 두 차례 때리고 목을 세게 눌러 갑상연골을 부러뜨렸다. 이어 바닥에 떨어져 깨진 가로 19cm짜리 사기그릇 조각으로 B씨의 왼쪽 목을 찔렀다.

쟁점은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3항의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였다. 형법은 부당한 침해를 막으려는 행위가 정도를 넘었더라도 야간이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흥분·당황했기 때문이었다면 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먼저 그 행위가 '방위행위'여야 한다.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 가해한 경우처럼 방어인 동시에 공격의 성격을 띠면 정당방위도 과잉방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이 2000년 3월 판결 등에서 밝힌 법리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깨진 그릇 조각으로 급소인 목을 찌른 뒤 5~6cm 깊이로 눌러 넣은 점, 몸싸움 당시 대부분 A씨가 위에 있었던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다만 B씨의 오랜 폭언·폭행과 범행 당일 흉기를 동반한 협박으로 순간적 공포심에 충동적으로 범행한 점, 전과가 없는 점, 유일한 유족인 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수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밝힌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범 위험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2심에서 고의는 인정하되 불가벌적 과잉방위를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의 일방적 폭행이 범행 시각까지 이어지지 않고 소강상태였던 점, A씨가 다리미로 머리를 때리고 목을 눌러 갑상연골을 부러뜨리는 등 몸싸움에서 대체로 우세한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공격한 점, B씨가 칼 쪽으로 손을 뻗은 것만으로는 그때까지의 상호 공격을 뛰어넘는 새로운 침해로 볼 수 없는 점을 들었다.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띤 가해행위여서 과잉방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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