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서 날아온 美 의사, 서울서 '하반신 마비' 위기 넘겼다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는 수술 비용이 6만~7만 달러에 이르는데 한국에서는 그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와이에서 내과 의사로 활동하는 71세 미국인이 한국 여행 중 하반신 마비 위기를 맞았다가 국내 전문병원에서 응급 척추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은 척추센터 김성철 원장팀이 지난 2일 미국인 내과 의사 영 하이럼(Young Hiram)씨에게 장시간에 걸친 척추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영씨는 하와이에서 보건소 진료와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내과 의사다. 여행과 지인 결혼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는 8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끝에 도착한 뒤 두 다리에 마비와 감각 이상이 나타났다. 지인을 통해 급히 병원을 찾은 그는 척추 전문의 진료부터 MRI 검사와 판독, 치료 계획 설명까지 한자리에서 받는 원스톱 진료를 받았다.
내원 당시 영씨는 급격히 악화한 허리 통증과 양쪽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 양발의 점진적인 감각 저하, 회음부 감각 저하와 함께 보행 장애까지 보였다. 정밀검사 결과 요추 3~5번의 척추관협착증이 매우 심했으며, 단순 협착증이 아닌 마미총증후군을 동반한 것으로 진단돼 응급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마미총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은 척추관 안의 요천추 신경근이 손상돼 생기는 질환이다. 신경 다발이 심하게 눌리면 대소변 조절과 성 기능, 양쪽 다리 기능에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다. 치료의 관건은 시간으로, 마비 증상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영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영씨는 평소 허리 통증으로 현지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이번에 증상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귀국해 치료받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의사로서 치료의 시급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서둘러 치료받지 않으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평소 한국 의료 수준이 높다고 인식해온 데다, 신속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과 전문적인 척추 치료 시스템을 신뢰해 한국에서 수술받기로 결정했다.
김 원장은 광범위한 신경 감압을 위해 요추 3~5번 후궁절제술과 추간공 확장술(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넓히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어 후방 나사못 고정술과 척추체 유합술(신경 감압 후 척추뼈 사이를 나사못으로 고정해 불안정한 관절을 영구적으로 안정시키는 수술)로 수술을 마무리했다.
수술 후 영씨는 보행 장애가 개선됐고, 대소변 장애나 감각 장애 등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그는 지난 12일 밝은 표정으로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며 퇴원했다.
영씨는 "한국 방문 중 뜻하지 않게 몸이 급격히 나빠졌지만 신속히 수술받고 건강을 되찾았다"며 "허리가 펴지고 키도 좀 커진 것 같아 행운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의 친절함과 진료 시스템, 수술 결과 모두 '베리 굿(very good)'"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성철 원장은 "갑작스러운 하지 마비와 감각 저하는 신경 손상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여서 신속한 평가와 수술 치료가 중요하다"며 "고령임에도 환자가 복잡하고 촌각을 다투는 장시간 수술을 잘 견뎌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전문적인 척추 진료·수술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내외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번 사례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고령 환자가 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 증상을 겪은 뒤 국내 전문 의료기관에서 신속한 검사와 수술로 건강을 회복한 드문 사례로, 한국 의료의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