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매출 171조 벌고도 주가 10% 폭락"…구글 주주들 충격 빠진 진짜 이유 [머니 시그널]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구글 모회사 알파벳, 3분기 매출 25% 증가에도 시간외 10% 급락
클라우드 매출 103% 폭증…순이익은 25% 감소
AI 설비투자 3달간 약 69조원 투입…잉여현금흐름 12조 적자
월가의 질문 달라졌다…"AI로 얼마나 얼마나 남기느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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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월급을 쪼개고 아껴 모은 3000만 원을 미국 주식에 투자한 평범한 직장인이 있다고 치자.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믿고 세계 최대 검색기업 구글(알파벳)을 골랐다. 실적이 꺾이지 않는 한 주가는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굳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구글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10%나 폭락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3000만 원의 10%면 300만 원이다. 한 달에 50만 원씩 꼬박 반년을 모아야 쥘 수 있는 생돈이 하룻밤 새 공중으로 증발한 셈이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우량주에 투자한 사람조차 하루아침에 이런 가혹한 변동성을 마주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하지만 이번 폭락 장세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주가가 빠진 '원인' 그 자체다. 구글이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29일 외신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8일(현지시간) 2026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275억 8000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늘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7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3개월 만에 한국 웬만한 대기업의 1년 치 매출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하지만 월가의 전광판은 냉혹했다. 정규장에서 1.34% 올랐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0% 넘게 곤두박질쳤다.

시장이 등을 돌린 이유는 '기대치 미달'과 '통제 불능의 AI 투자비용'에 있었다. 월가의 3분기 매출 전망치는 1282억 2000만 달러였는데, 실제 실적은 이보다 약 0.5%(6억 4000만 달러) 모자랐다. 순이익(261억 7000만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쪼그라들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2.12달러로 시장 예상치(3.02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스페이스X·앤스로픽 지분 평가손실을 조정한 EPS는 2.67달러지만 이 역시 기대 이하였다.)

물론 구글의 AI 사업 자체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307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03%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111억 2000만 달러를 냈다.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불어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그런데도 시장이 구글을 내던진 결정적 이유는 바로 '513억 6000만 달러(약 69조 원)'라는 다른 숫자에 있다. 알파벳이 단 한 분기 동안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반도체 등 인프라에 쏟아부은 자본지출(CapEx) 규모다. 작년보다 무려 114% 폭증했다.

자연스럽게 곳간은 말라갔다. 알파벳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90억 6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12조 원 규모의 적자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으로 번 돈에서 설비투자액을 빼고 실제로 손에 쥔 '진짜 현금'을 뜻한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구글조차, AI 군비 경쟁에 뛰어드느라 2개 분기 연속 막대한 현금 출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로 치면 간단하다. 월급이 500만 원에서 625만 원으로 올랐는데, 미래를 대비한답시고 학원비와 장비 구매에 800만 원을 긁어 통장이 마이너스가 된 셈이다. 투자가 낭비는 아니지만, 당장 융통할 현금이 줄어든다는 본질은 기업이나 가계나 똑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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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구글에 던진 청구서가 바로 이것이다.

"AI로 돈 버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를 쏟아부어야 하며, 결국 주주 몫으로 떨어지는 현금은 얼마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알파벳은 올해 연간 자본지출 전망치를 최대 2050억 달러(약 275조 원)로 제시했고, 내년(2027년)에도 지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투자자들 눈에는 '당분간 현금 가뭄이 계속될 것'이란 서늘한 경고로 읽혔다. 반면,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막대한 AI 투자 속에서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탄탄한 현금흐름을 증명해 내며 시간외 거래에서 5% 넘게 상승, 구글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결국 구글의 시간외 10% 폭락은 주식시장의 룰이 바뀌었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다.

이제 단순히 'AI 수요가 팽창한다'는 내러티브만으로는 월가의 깐깐한 허들을 넘을 수 없다. 누가 실제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위해 얼마를 쓰며, 최종적으로 얼마의 현금을 남기느냐를 냉정하게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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