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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중립 지키기 불편하다"…조기 사임 속내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ECB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
"진실이 왜곡되고 훼손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 겨냥한 사임 의혹엔 침묵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조기 사임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더 이상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부담을 공개적으로 털어놨다. 유럽과 세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이 유력 후보로 부상한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임자 선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임 시점을 앞당겼다는 의혹에는 답변을 피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더 이상 중립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나는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진실이 왜곡된 표현으로 인해 너무 자주 훼손되고 부정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ECB를 떠날 수 없다고 밝혔던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이 발언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지는 밝히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동료들에게 사임 결정을 직접 전달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사임 메시지를 읽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사임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당초 임기인 2027년 10월보다 약 8개월 빠른 내년 2월 7일 물러난다. 이에 따라 현 유럽연합(EU) 지도부가 내년 봄 프랑스 대선 이전에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게 됐다.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르펜의 경제공약을 담당하는 장필리프 탕기는 "우리를 향한 또 하나의 모욕"이라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대선 이전에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조기 사임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퇴임에도 통화정책의 연속성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연합뉴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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