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체를 멈춘 건 잘한 선택이에요"…경찰, 청소년 도박 막는다
서울경찰청·카카오뱅크·토스뱅크 공조
오는 11월 2일 예방 시스템 가동 본격화
의심계좌 송금 차단부터 상담까지 한번에
[파이낸셜뉴스] 청소년이 사이버도박에 사용되는 계좌로 돈을 보내려 하면 금융앱이 먼저 경고를 보낸다. 경찰이 확보한 도박의심계좌 정보를 은행과 공유해 송금을 차단하거나 위험성을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은 상담과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청소년 사이버도박 예방을 위한 '청소년 디지털 안심 시스템' 업무협약을 전날 체결했다. 시스템은 오는 11월 2일부터 운영된다.
이번 협약은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금융앱을 범죄 예방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박사이트를 단속하거나 청소년이 직접 신고하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박자금이 오가는 계좌를 통해 위험을 감지하겠다는 것이다.
시스템 운영의 출발점은 경찰이 수집한 도박의심계좌 정보다. 서울청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청소년 면담과 수사 과정에서 관련 계좌를 확보하고 도박사이트와 송금 내역 등 증빙자료를 토대로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검증을 마친 계좌 정보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 전달한다. 이후 오인으로 확인되거나 위험이 해소된 계좌는 은행에 통보해 삭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은행도 경찰이 전달한 정보를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계좌를 재검증하고, 자사 계좌로 확인되면 명의자에게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을 소명하도록 한 뒤 입출금 정지 조치를 취한다. 경찰 통보 계좌는 우선적으로 처리해 정보 전달 이후 일주일 안에 검증과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하려는 경우에는 각 은행의 예방 기능이 작동한다. 토스뱅크는 개인·법인계좌를 구분하지 않고 청소년이 위험계좌로 송금을 시도하면 경고창을 띄운다. 만 17세 미만 청소년이 경고 이후에도 송금하면 보호자에게 위험거래 사실을 문자로 알린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검증에서 이상거래가 확인된 법인계좌로 청소년이 돈을 보내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청소년이 마주하는 안내 문구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거래가 정지된 계좌에는 '이 계좌로는 이체할 수 없어요', 다른 은행의 위험계좌에는 '잠깐, 이 거래는 위험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송금을 취소한 청소년에게는 '이체를 멈춘 건 잘한 선택이에요'라는 안내가 나온다. 각 팝업에는 117 상담·도움받기 버튼도 함께 제공된다.
상담을 신청한 청소년은 117센터의 초기 면담과 절차 안내를 거쳐 관할 SPO에게 연결된다. 이후 전문 상담사와 함께 도박중독 평가를 받고 위험도에 따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인터넷중독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의 교육·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중독 정도가 심하면 병원 치료도 연계한다. 프로그램 전후로 중독 위험도를 평가하고 일정 기간 SPO가 면담하며 회복 과정을 살핀다.
경찰이 금융기관과 손잡고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청소년 도박의 확산세가 있다. 서울청이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서울시 학생 3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변 친구가 도박하는 모습을 봤다는 응답은 20.9%였다. 전년 10.1%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청소년 도박실태조사에서도 청소년의 4%인 약 15만7000명이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됐다. 처음 도박을 접한 나이는 평균 12.5세였다. 뿐만 아니라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기·절도·폭력·협박 등 다른 범죄에 노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청은 두 은행과 정기 실무협의회를 통해 다른 은행 계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청소년 도박 자진신고 기간에는 금융앱 팝업에 관련 안내를 추가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할 예정이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청소년 도박은 신고나 적발 이후의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청소년이 위험과 마주하는 바로 그 순간 보호가 먼저 작동하도록 하고 금융거래 중단에서 상담·치유·회복까지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보호체계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