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힘이 곧 평화" 드론 공습 참관 등 韓 GP·K9·방공망 겨냥 무력화 위협
원산서 600㎜ 초대형 방사포 '저격수' 15발 동시 발사 알섬 초토화 위력 시위
美·이스라엘 모방, 北 스텔스·골판지 드론 전력화 관측…韓 전력 획득 혁신 절실
FPV 상용 수준에 멈춘 한국군, 고가 위성 링크 탈피 및 대드론케이지 보완 시급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600㎜ 초대형 방사포의 대규모 화력 시위와 함께 스텔스 드론, 저비용 골판지 자폭드론 등 현대전의 교훈을 전면 반영한 차세대 무인 전투체계를 전격 공개했다. 특히 이번 위력 시위가 한국군의 전방 GP와 초소, K9 자주포 등 핵심 기계화 장비를 정밀 타격하는 모의 표적 훈련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성비 위주의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춘 북한의 드론 속도전에 맞서 한국군의 무기 획득 체계와 대드론 방어 대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적 위기감에 따른 국방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2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무인항공기술발전-2026' 전시회를 개최하고 강원도 원산 갈마지구 일대에서 각종 무인기와 주요 무기체계의 대규모 위력 시위를 감행했다. 이번 행사 및 도발은 우리 군 당국이 원산 일대에서 포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10여 발의 기습 도발과 연동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평화와 힘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평화의 가격은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부유한 나라도 돈으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 평화"라며 "힘이 곧 평화이고 평화는 힘으로만 담보된다. 이것은 오늘의 분주한 세계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시회를 통해 무인 항공기술 분야의 발전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무인기 분야에서의 절대적 우세를 목적하는 것은 현대전의 변화 양상에 따르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안보 싱크탱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자산은 최초로 베일을 벗은 가오리 형상의 대형 스텔스 드론이다. KODEF 신종우 사무총장은 "기체에 8자리 기체번호(21030X01)와 저시인성 인공기 마킹이 선명히 식별되는 것으로 보아 단순 목업(모형)이 아닌 실제 기술 실증기로 판단된다"며 "에어인테이크와 주익 형상은 미국과 러시아 등의 스텔스 드론을 모방한 형태이며, 한국군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종심 정찰을 수행할 목적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정밀 타격 능력 면에서도 기술적 진전이 포착됐다. 북한은 '샛별-9형' 공격드론에서 공대지 전술순항비행탄을 발사하는 모습을 첫 공개했다. 이 전술비행탄은 탄두 앞부분에 시커(Seeker, 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탐지 센서)를 장착해 초정밀 핀포인트 공격이 가능하며, 미국의 GLSDB(지상발사 소구경 폭탄)와 유사하게 활공 비행으로 지형 장애물을 우회하여 후방을 타격하는 능력을 갖췄다. 지대지 형태는 1단 로켓 추진체 분리 후 날개를 전개하는 전술을 선보였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장 교훈을 적극적으로 흡수한 저가 대량생산 형태의 배회형 자폭드론 라인업도 대거 과시했다.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 600'을 모방한 대전차·중장갑 표적 공격용 자폭드론을 비롯해, 이스라엘의 '하롭'과 '히어로'를 모방한 드론체계로 한국군 GP, 전방 초소, K9 자주포,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모의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유사시 전방 요새화 시설과 기계화 전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 특히 레이더 탐지가 까다로운 저시인성 도장 골판지 자폭드론과 표준화된 쿼드콥터 자폭드론의 조립 공장을 공개하며 대량 생산 능력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사거리 240km에 달하는 600㎜ 초대형 방사포(KN-25) 15발을 동시 발사해 표적섬인 알섬을 초토화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이를 일명 '저격수'라고 명명했다. 이는 남측의 전방 방공망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집중 타격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현장 연설에서 "힘이 곧 평화"라며 무인 항공기술과 국방 인공지능(AI) 분야의 핵심 기술 고도화를 무력 현대화의 최우선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드론 확보 속도전에 비해 한국군의 대응 현실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ODEF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한국군은 FPV(1인칭 시점) 드론조차 상용 교육용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자체 개발 중인 자폭드론은 위성 데이터 링크 등 고가 장비 탑재로 대당 수억 원에 달해 현대전의 가성비 대량 소모전 패러다임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현재 한국군 기계화 장비의 대(對) 드론 방호 대책으로 장비한 케이지(슬랫아머)의 경우도 우크라이나전의 교훈을 미흡하게 반영해 포탑 일부만 겨우 가린 형태다. 이는 북한의 정밀 자폭드론 공습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가 자폭드론의 대량 양산 체제 구축과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할 무유도탄 탑재 '천무'의 전력 증강 및 장사정포요격체계(LAMD)의 조기 전력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군 당국은 "드론과 AI 같은 첨단전력의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 방위사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엄격한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드론 및 AI 전력의 특성을 고려해 입법 조치를 신속히 진행 중이며, 다양한 전술 실증과 기획을 통해 민간의 우수한 첨단 기술을 군에 즉시 전력화하는 '스핀온(Spin-on)'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조만간 창설될 '국방드론본부'를 통해 획득 지원 관련 제도 개선을 전담하게 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 국방부가 현재 운용 중인 '블루 UAS(Blue UAS)' 제도를 벤치마킹해 드론 분야 제도를 개편 방침으로 알려졌다. '블루 UAS'는 국산화율이나 보안성, 성능이 검증된 민간 드론 제품들을 군 전용 마켓(Market)에 사전 등록해 두면, 군 부대에서 별도의 복잡한 조달 절차 없이 즉시 구매하여 전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신속 획득 제도다.
국방부 관계자는 "민간의 우수한 첨단 기술이 경직된 법 제도로 인해 도입이 지연되는 공백을 혁신할 것"이라며 "새로운 전담 조직 신설과 신속 구매 제도 도입을 통해 북한의 드론 속도전을 압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