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호르몬 치료 한계, 재생 치료로 극복"… 박병철 교수가 제시한 탈모 치료의 내일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병철 단국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주름 개선제에서 모발 퇴행기 신호 차단 해법 찾아… 경구약 한계 넘어
유전자 마커 발굴부터 맞춤 치료까지 꿰뚫는 '정밀 의학' 완성이 목표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 주]

박병철 단국대병원 피부과 교수
박병철 단국대병원 피부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그간의 탈모 치료는 호르몬에 관여하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혈관을 확장하는 미녹시딜 처방에 한정돼 있었다. 모두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지만 호르몬에 관여하는 약에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따랐고, 여성 환자는 그마저도 쓸 수 없어 혈관확장제에 의존해야 했다.

박병철 단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기존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정밀하게 모낭의 신호를 깨우는 '재생의학'으로 치료를 확장했다. 주름 개선제로 익숙한 '보툴리눔 톡신'에서 모발 퇴행기 유도 물질을 억제하는 단초를 찾았고, 세포 간 신호 전달체인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을 통해 모낭 세포를 깨웠다. 기초 연구와 임상 진료의 경계를 허물며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박 교수를 만나 탈모 치료 분야에서 재생의학의 가능성을 들었다.

"호르몬 치료 한계, 재생 치료로 극복"… 박병철 교수가 제시한 탈모 치료의 내일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주름 개선제의 반전… 퇴행기 신호 막아 모발 깨운다

― 2020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안드로겐성 탈모 개선 효과를 확인한 연구를 발표했다. 통상 주름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 보툴리눔 톡신은 대중에게 주름 개선제로 알려져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수술 후 흉터를 개선하는 목적으로도 쓰인다. 이때 관여하는 핵심 메커니즘이 바로 'TGF-β1'이라는 신호 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물질은 안드로겐성 탈모를 유발하고 모발을 퇴행기로 몰아넣는다. 그렇기에 모낭 세포와 안드로겐성 탈모 병변에서도 유의미하게 작용할 것인가를 검증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 연구 결과는 어땠나.
▲ 24주 치료 후 단위 면적(1㎠)당 평균 7~8개의 모발이 새롭게 재생됐다. 모발의 굵기 역시 치료 전후 임상 사진 비교를 통해 시각적으로 뚜렷한 호전이 확인됐다. 남성의 통상적인 탈모 면적이 약 10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탈모 부위에서 약 700~800개의 모발이 자란 셈이다.

피나스테리드가 단위 면적당 약 20~24개의 모발을 재생시키므로, 그에 비하면 적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다. 또 피나스테리드와 작용 기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복합 치료도 가능하다.

― 시술 시 한계나 임상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 두피에 직접 놓는 주사 치료이므로 통증이 수반될 수 있고, 과량 투여 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 대학병원에서는 통상 50U(유닛)을 4~6주 간격으로 주사한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3개월 누적 198U 이상의 고용량 투여는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 두피 국소 부위에 작용하므로 전신 부작용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짚고 넘어갈 점은, 안드로겐성 탈모의 1차 표준 치료에는 여전히 경구용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조 치료로 권장되며, 부작용이나 기저 질환으로 경구 약제를 복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 비호르몬성 치료인 만큼 여성 탈모 환자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나.
▲ 보툴리눔 톡신이 억제하는 TGF-β1은 성별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강력한 모발 퇴행기 유도 물질이다. 따라서 여성형 탈모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국소 미녹시딜 외에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여성 탈모 환자, 최근 비만 치료제(GLP-1 계열) 투약에 따른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휴지기 탈모를 겪는 환자들에게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신호 전달 물질 '엑소좀'으로 모발 재생 스위치를 켜다

― 2024년에는 '지방 유래 줄기세포 엑소좀'을 활용한 탈모 치료 연구를 국제피부과학저널에 게재했다. 줄기세포가 아니라 엑소좀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줄기세포 자체를 인체에 직접 주입할 경우, 체내 미세환경 속에서 세포가 어떤 방향으로 분화하고 성장하며 정착할지 정밀하게 통제하기 어렵다. 반면 엑소좀(Exosome)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물질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조직 재생에 필요한 신호 물질만 담고 있다.

실제 자외선 손상을 입은 모낭 세포나 분리 배양한 모낭 조직에 엑소좀을 처리했을 때, 모낭 세포 증식과 모발 길이 성장이 촉진됐다. 엑소좀이 모발 재생의 핵심 스위치인 'Wnt/β-catenin(윈트/베타카테닌)'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 국소 제제다. 두피 장벽을 통과해 모낭에 도달하기 어려울 텐데.
▲ 국소 제제의 기술적 화두 중 하나는 '두피 각질층을 통과해 진피 하부 모낭까지 약물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있다. 이를 위해 나노 입자화나 친지질 리포좀 등 다양한 제형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임상에서는 미세 바늘 치료 시스템(MTS)을 활용한다. 두피 표면에 미세한 바늘로 통로를 촘촘히 낸 후 엑소좀을 도포하면 침투율이 좋아진다. 탈모가 진행된 두피의 모낭은 건강한 모낭에 비해 그 깊이가 얕기 때문에 유효 물질이 도달해야 할 물리적 거리가 짧다는 특수성을 반영한 방식이다.

세계모발연구학회(WCHR)서 조명된 재생의학… 창상 치유와 모발 재생의 연결고리

― 올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모발연구학회(WCHR)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도 발표했다.
▲ 줄기세포와 줄기세포에서 나오는 신호 물질인 엑소좀은 탁월한 항염증 작용과 창상(상처)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외선, 활성산소,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돼 미세 염증이 지속되는 두피 환경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의학적으로 '창상 치유'와 '모발 재생'은 그 기전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 상처가 아물 때 작동하는 재생 신호 물질들이 모낭의 줄기세포를 자극해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여러 기초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 지방, 골수 등 추출원에 따른 차이는 없나.
▲ 추출 원천도 고려 대상이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되는 제품 내에서 항염·재생을 유도하는 신호 전달 물질이 얼마나 일관되고 균일하게 발현되느냐가 중요하다.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시설에서 엄격한 공정 관리를 거쳤는지, 핵심 유효 성분의 함량이 표준화되어 있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는 케이스가 있나.
▲ 염증성 흉터성 탈모, 여성형 탈모는 물론 원형탈모에서도 유의미한 모발 개선 가능성이 관찰되고 있다. 최근 개인 연구에서는 비절개(FUE) 모발이식 후 후두부 모낭 채취 부위의 빠른 상처 회복과 흉터 예방에도 엑소좀이 기여함을 확인했다.

"호르몬 치료 대체의 대상 아닌 정밀 복합 요법"… AI 기반 객관적 진단 구축이 목표

― 보툴리눔 톡신, 엑소좀, PRP 등 주사 치료법이 기존의 경구 약제나 모발이식을 대체할 수 있나.
▲ 대체제가 아니라 맞춤형 병용 요법으로 바라보는 것이 의학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이다. 주사 요법은 경구약과 병용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거나, 부작용 혹은 가임기 이슈와 같이 경구약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안면부 피부 재생에 쓰이는 스킨부스터 유효 성분들이 두피 노화와 탈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렇듯 바이오 물질은 향후 유전자 기반의 정밀 의학 맞춤 치료로 발전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 기초 연구와 임상 진료라는 두 무기를 모두 갖췄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지금까지 탈모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유전자 마커를 발굴하고, 탈모를 유발하는 신호 체계와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 기전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진단과 치료를 하나로 꿰뚫는 '개인 맞춤형 정밀 치료'를 완성하고자 한다.

아울러 모발의 수와 굵기를 정량 측정하는 '포토트리코그램'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탈모 개선도를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는 진단 도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과장 광고 없이 투명하고 신뢰받는 탈모 치료 여건을 만들고 싶다.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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