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속 '480억 서울시 땅' 정태수 상속인 품으로..재건축 변수
법원 "1978년 매매대금 냈다"…48년 묵은 등기 바로잡아
8건 소송 중 상속인 첫 승소, 재건축 일정 변수로
[파이낸셜뉴스]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토지 소유권 분쟁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법원이 단지 내 서울시 명의로 남아 있던 약 480억원 상당의 부지를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상속인들에게 넘기라고 판결하면서다. 조합은 법적 절차를 통해 사업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속인 측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부장판사 최종진)는 최근 서울시가 소유한 것으로 등기된 대치동 1020의 2 일대 795㎡의 소유권을 정 전 회장 상속인들에게 이전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토지의 가치는 은마아파트 부지 시세인 3.3㎡당 약 2억원을 적용하면 48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48년 전 작성된 토지 매매계약서다. 정 전 회장은 1978년 은마아파트 시행·시공을 맡아 해당 부지를 서울시에서 매입했다.
이후 아파트가 준공됐지만 토지의 등기상 소유자는 서울시로 유지됐다.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재판부는 당시 매매계약서가 남아 있고 정 전 회장이 서울시에 대금을 납부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은마 단지 내 토지를 둘러싼 일련의 소송에서 상속인 측이 거둔 첫 승소다. 현재 상속인들이 서울시와 재건축 조합 등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은 총 8건에 달한다. 서울시 명의의 다른 필지들도 소송 대상에 포함돼 있어 향후 판결에 따라 상속인 측에 귀속되는 토지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달 8일에는 반대 방향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정 전 회장 상속인 명의였던 대치동 1020의 1 부지 2190.6㎡를 소송을 제기한 은마아파트 조합원 3명에게 이전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토지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은마 조합은 2023년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 대상인 7개 필지 약 4395㎡의 가치를 총 1440억원으로 평가했다.
양측은 앞으로의 대응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상속인들과 별도 협상에 나서기보다 소송으로 소유권 문제를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측은 "토지만 소유한 비조합원에 대해서는 매도청구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토지를 확보할 수 있어 소송 자체가 재건축 사업을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속인 측은 "이번 판결로 확보하게 된 토지에 대해 조합이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매도청구에 나설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재산권 침해가 발생한다면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건축에서 토지 소유권과 조합원 자격은 별개 문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사업의 토지등소유자를 정비구역 내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소유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속인 측이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더라도 토지만으로는 일반적인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번 분쟁에서도 새 아파트 배정보다는 사업에 필요한 땅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 사업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는 마련돼 있다. 같은 법 제64조는 일정한 절차와 기한을 거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와 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소유권을 인정받은 상대방에게 조합이 곧바로 일방적인 처분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매도청구가 적법한지, 소유권과 매매가격에 관한 다툼을 어떻게 정리할지 등은 별도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은마 재건축은 1979년 준공된 28개 동, 4424가구를 최고 49층, 5850가구 규모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2023년 조합설립인가에 이어 올해 2월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거쳤고 7월 2일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앞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철거를 마무리해 이르면 2028년 착공한다는 목표다.
서울시가 지난 7월 발표한 사업시행계획에는 공공임대주택 909가구와 공공분양주택 195가구도 포함돼 있다. 공원과 공영주차장, 개방형 도서관 등 공공기여시설 조성도 예정돼 있다. [email protected] 안승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