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거울 속에 숨은 '내일로 가는 방법'…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로와정 전시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진입로·외벽서 설치·영상 작품 2점
상당산성·솔밭공원 등 청주 풍경 담아
내년 6월 30일까지 누구나 무료 관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진입로에 설치된 로와정의 '패시지(passage)'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진입로에 설치된 로와정의 '패시지(passage)'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색실로 수놓은 추상 이미지와 거울에 비친 문장을 만난다. 건물 외벽에는 청주의 풍경을 담은 영상이 흐른다. 진입로와 외벽을 감상 공간으로 바꾸는 전시가 열린다.

31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미술관 길목 프로젝트: 로와정'이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린다. 작가 듀오 로와정의 설치작품 '패시지(passage)'와 영상작품 '스틸 라이프(still life)' 2점을 선보인다.

■거울에 비친 '내일로 가는 방법'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 무심코 지나치던 장소에 주목한다. 관람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만나고,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기획했다.

미술관 진입로에 설치된 '패시지'는 여러 색실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수놓은 패널을 서로 다른 방향과 높이로 배열한 작품이다. 합판에 구멍을 뚫고 끈으로 수놓은 패널과 거울, 철제 구조물로 구성됐다.

병풍처럼 세워진 구조물이 벽면의 거울을 가리고 있어 관람객은 그 주위를 걸으며 앞면의 이미지와 거울에 비친 뒷면을 번갈아 보게 된다. 거울 속 패널 뒷면에서는 '내일로 가는 방법'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흩어진 요소들이 거울을 통해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관람객이 어디에 서서 어느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추상 이미지와 언어가 달리 드러난다.

제목인 '패시지'는 통로이면서 글의 한 구절을 뜻한다. 길을 걷는 경험과 문장을 읽는 경험을 겹쳐, 익숙한 시각적 질서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와정은 노윤희와 정현석으로 구성된 작가 듀오다. 서로의 차이를 유지하며 대화와 조율로 작업을 완성한다. 사물과 환경, 사회적 관습과 인식 사이의 관계가 이들의 주요 관심사다. 일상적인 사물을 낯선 위치에 놓거나 언어와 이미지를 어긋나게 배치해 당연하게 여겨온 질서를 되짚는 작업을 이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외벽 미디어캔버스에서 상영되는 로와정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외벽 미디어캔버스에서 상영되는 로와정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청주 네 곳의 풍경에 담긴 삶
미술관 외벽의 미디어캔버스에서 상영하는 '스틸 라이프'는 상당산성과 탑동 양관, 솔밭공원, 충북대학교 등 청주의 네 장소를 배경으로 제작한 영상작품이다. 작품은 이들 장소에 깃든 서로 다른 역사와 일상의 시간을 담았다.

로와정은 국내외 여러 장소에 모기장을 설치하고 그 위에 흰색 실로 'still life'라는 문구를 수놓은 뒤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글자 뒤로 풍경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정지와 운동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정물'을 뜻하는 'still life'는 '여전히 이어지는 삶'으로도 읽힌다. 멈춘 듯한 장면 속에서도 계속되는 시간과 일상의 움직임을 돌아보게 하는 장치다.

청주관은 2018년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해 문을 연 국내 첫 수장형 미술관이다. 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도 관람 공간으로 공개해왔으며, 지난달 22일에는 1층 개방 수장고를 개편해 소장품 32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관람객이 로와정의 작품을 따라 걸으며 익숙한 풍경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일상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람은 무료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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