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년 3월 퇴사해야 하나요"… 7세 워킹맘들 떨게 만든 '오후 1시의 공포' [얼마면 돼]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1학년 하교 시간인 오후 1시부터 부모의 퇴근까지, 5시간의 돌봄 공백을 메우려 매달 150만 원짜리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예비 초1 맞벌이 가정의 잔혹한 현실

기사의 이해를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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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1월. 거리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7세 자녀를 둔 3040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대화 주제는 하나로 수렴된다.

"내년 3월부터 애 하교 시간이 1시인데, 퇴근할 때까지 어떻게 돌리지?"

불과 몇 주 뒤면 각 가정으로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날아든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는 기쁨도 잠시, 맞벌이 부부의 머릿속에는 거대한 재난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침 9시에 등원해 늦은 오후 5~6시까지 밥과 간식을 먹이며 아이를 안전하게 품어주던 유치원 시스템이 종료되고, 오후 1시면 학교 밖으로 밀려 나오는 공교육의 현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의 퇴근 시간인 저녁 6시 혹은 7시까지. 매일 오후 펼쳐지는 이 5시간의 거대한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3040 맞벌이 가구의 가계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 '오후 1시의 절벽'… 5시간을 메우는 150만 원짜리 시간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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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돌봄 교실이나 최근 확대되는 늘봄학교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과밀 학급이나 추첨 탈락, 혹은 일찍 하교하는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 문제 등으로 인해 온전히 저녁까지 마음 편히 학교에만 맡겨두는 부모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결국 대부분의 평범한 맞벌이 부모가 선택하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돌봄의 외주화는 '학원 셔틀 뺑뺑이'다.

오후 1시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노란색 셔틀버스가 온다. 1시 30분 태권도, 2시 30분 피아노, 3시 30분 미술학원을 거쳐 4시 30분 영어 학원까지. 아이는 서너 개의 학원을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고 나서야 비로소 퇴근한 부모와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아이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영재 교육이 아니다. 그저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안전한 실내에 묶어두기 위해 자본으로 짜맞춘 '방어용 시간표'일 뿐이다. 학원 한 곳당 평균 20만~30만 원, 영어 등 주요 과목이 섞이면 4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4~5시간의 공백을 동선이 끊기지 않게 사교육으로 채우고 나면, 아이 1명당 매달 100만 원에서 150만 원의 청구서가 고정비로 확정된다.

◇ 출산보다 무서운 초1 입학… 통계가 증명하는 '퇴사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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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가장 많이 회사를 관둡니다." 직장가에 떠도는 이 괴담은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 통계청이 입증하는 차가운 팩트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 및 '경력단절여성' 관련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력 단절의 가장 큰 사유는 압도적으로 '육아(40% 이상)'다. 특히 자녀 연령별로 보면 신생아 시기 못지않게 고용률이 푹 꺾이거나 퇴사율이 급증하는 마의 구간이 바로 자녀 나이 7~8세, 즉 초등학교 입학 시점이다.

영유아기에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어린이집 종일반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초등학교 입학 직후 쏟아지는 하교 후의 시간 공백과 학원 스케줄 관리, 아이의 학교 적응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결국 부모 중 한 명(주로 여성)이 노동 시장에서 백기를 들고 마는 것이다.

◇ 내 커리어 지키려 내는 '보육 통행료'… 씁쓸한 가짜 소득

그렇다면 왜 당장 회사를 관두지 않는 것일까. 부부 중 한 사람의 월급이 3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월급을 지키기 위해 부부는 아이의 돌봄용 학원비로 절반인 150만 원을 쓴다. 손에 쥐는 돈은 150만 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기꺼이 이 비효율적인 경제 활동을 지속한다.

지금 당장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한번 회사를 관두면 다시는 이전 수준의 양질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포가 3040 세대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매달 학원가에 바치는 150만 원은 아이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선행학습 비용이 아니라, 부모가 노동 시장에서 튕겨 나가지 않고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에 지불하는 눈물겨운 '보육 통행료'다.

11월. 찬 바람을 맞으며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년도 3월 학원 시간표를 검색하는 예비 초1 부모들의 마음속에는 질문이 맴돈다. 많이 버는 것 같지만 정작 학원비로 절반을 떼이고 나면 앙상해지는 통장. 우리는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일하는 것인가, 아니면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3040 맞벌이가 짊어진 이 '가짜 소득'의 무게는 오늘 하루도 무겁게 부모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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