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업설비 수출 2.5배 급증…신흥국 내 韓 입지 좁아졌다
中, 신흥시장 점유율 30% 육박
韓 점유율 6.3%→4.1% 하락
품질·납기·유지보수로 승부
[파이낸셜뉴스]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산업설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중국의 산업설비 수출은 최근 10년간 2.5배 급증했고, 신흥 제조시장에서 점유율은 30%에 육박했다. 한국이 선진시장에서 공급 신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흥시장에서는 자동화·고정밀 설비를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소비재와 중간재 공급을 넘어 다른 국가의 제조업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산업설비 공급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수출 확대에 따라 주요 제조 강국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산업설비 수출경합도(ESI)는 2015년 46에서 지난해 5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은 55에서 62로, 일본은 44에서 47로 높아졌다. 수출경합도가 높을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유사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범용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전력설비와 식품·섬유가공기계뿐 아니라 물류·이송설비에서도 독일을 앞섰다. 범용·기타 설비에서는 독일과 함께 글로벌 공급 영향력 공동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장세는 아세안 등 신흥국의 제조업 투자 확대와 중국 기업의 해외 생산거점 확충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됐다. 중국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 누적액은 2015년 785억달러에서 2024년 3389억달러로 늘었다. 내수 부진에 따른 해외 판로 확대와 가격 경쟁력도 수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한국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서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선진 제조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5년 3.0%에서 2024년 3.3%로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은 16.5%에서 15.0%로, 일본은 7.5%에서 6.4%로 하락했다.
반면 신흥 제조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6.3%에서 4.1%로 2.2%p 떨어졌다. 중국산 범용 설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의 시장 기반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협회는 선진 제조시장에서는 품질과 납기, 유지보수 등 공급 신뢰성을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국의 점유율이 하락한 미국 시장에서 신규 설비 조달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흥 제조시장에서는 생산기지 신설·증설 단계부터 설비 공급에 참여해 시장을 선점하고, 이후 자동화·고정밀화와 노후 설비 교체 수요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산업설비 공급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은 품질·납기 신뢰성과 부품 공급·유지보수 역량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며 "정부 또한 현지 인증 대응과 수요기업 발굴 등을 지원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