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협력망 다진 16년… 제주 ‘글로벌 AI 허브’ 정조준
유엔 연계한 국제연수 경험 풍부
연수센터, 2년간 1만3천명 수료
NIA 손잡고 디지털 역량 시너지
기존 연수망 AI 교육으로 확장
2027년 글로벌 AI 거점 유치전
40㎿급 데이터센터 조성 박차
전담팀 꾸려 정주 여건 입증
컨벤션시설·국제학교 등 강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유엔 연계 국제연수 16년과 정부의 디지털 국제협력 경험이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 제주 유치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제주국제연수센터의 최근 2년 교육 참여자는 온라인 과정을 포함해 1만3671명으로, 국제기구와 협력해 교육사업을 운영해 온 경험을 뒷받침한다.
1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는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글로벌센터의 국제협력 경험을 주요 유치 경쟁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 국제연수와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기후·에너지 분야 연구·실증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허브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등 9개 국제기구와 세계은행을 비롯한 5개 다자개발은행이 협력하는 국제 AI 거점이다. 지난 5월 21일 비전을 선포했으며 2027년 개소를 목표로 국내 입지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허브는 국제기구와 대학·기업·연구기관이 AI 공동연구와 기술 실증, 정책 자문, 개발도상국 교육을 수행하는 국제 캠퍼스에 가깝다. AI 기술력과 함께 국제협력사업을 실제로 운영할 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유엔 연계 국제연수 16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는 2010년 UNITAR와 제주도, 국제평화재단의 3자 협약으로 설립됐다. 아시아·태평양 정부 관계자와 시민사회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평화·환경·경제발전 분야의 국제연수를 운영해 왔다.
국제연수센터의 교육 참여자는 2024년 6622명, 2025년 7049명으로 2년간 1만3671명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과 대면으로 운영된 14개 프로그램에 150여개국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제주 현장에서 진행한 교육과 온라인을 통해 구축한 국제협력망이 함께 축적된 성과다.
연수 분야도 AI와 디지털 정책으로 넓어졌다. 지난해 7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용적 디지털 거버넌스' 온라인 과정에는 63개국 509명이 참여했다. 세계은행과 KDI국제정책대학원, 만국우편연합 전문가들이 디지털 정책과 국제협력을 다뤘다. 같은 해 9월에는 8개국 19명이 '인공지능과 초국경 조직범죄' 워크숍에 참여했다.
교육 실적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계도 갖췄다. 센터 이사회에는 외교부와 제주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대학교 등이 참여하며 UNITAR도 센터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정식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조남운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허브가 요구하는 조건 가운데 예산과 시간을 들여도 단기간에 만들 수 없는 것을 제주는 이미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디지털 국제협력의 거점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에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글로벌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전환 지원과 국가 간 ICT 협력, 국제기구 연계 교육 등을 수행한다.
NIA는 2019~2022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위교육센터(CoE) 역할을 수행했다. 각국 공무원과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디지털 정책과 ICT 전문교육을 운영했다.
2019~2020년 2년간 105개국 1079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2019년에는 61개국 193명이었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교육을 확대한 2020년에는 105개국 886명으로 교육 대상이 늘었다. NIA는 2021년 ITU가 실시한 중간평가에서 세계 29개 최고위교육센터 가운데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NIA 글로벌센터에는 교육장과 생활관이 마련돼 있어 국제연수와 교류행사를 운영할 시설 기반도 갖췄다.
제주연구원은 유엔 연수기관과 정부 디지털 협력기관이 같은 지역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제기구가 교육 수요를 발굴하고 NIA가 디지털 기술과 정책 경험을 연결하면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도 공동연구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두 기관을 연계한 AI 정규 교육과정 신설을 제안했다. 기존 디지털 거버넌스 교육을 노동·보건·환경·이주 등 국제기구의 협력 분야로 확대하고 개발도상국 대상 AI 교육을 정례화하자는 취지다.
■기후·에너지 현장…국제협력에 용이
제주의 기후·에너지 현장도 국제 AI 협력과 연결할 수 있는 자산이다. 허브에 참여하는 국제기구들은 기후변화와 식량, 보건, 노동 등 다양한 과제를 다룬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 해양·환경, 바이오 분야의 경험을 국제 공동연구와 교육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국제기구와 국내 연구기관이 제주의 에너지 현장을 교육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지난 9월 1~4일 유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2026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국제워크숍 및 기술견학'을 공동 개최했다.
제주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와 서귀포시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12개 개발도상국의 기후기술 담당자와 에너지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에너지저장 기술과 정책,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제주지역 연구·실증시설을 살펴봤다.
국제기구의 교육 수요와 국내 연구기관의 기술, 지역 실증 현장이 연결된 사례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과 전력 수요 관리, 에너지저장장치 운영 등은 앞으로 AI를 적용할 수 있는 연구 분야다. 제주에서 축적한 에너지 전환 경험을 국제 AI 공동연구와 기술교육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제주도는 40㎿급 그린 AI 데이터센터와 국내 4대 과학기술원의 제주 연합캠퍼스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전력과 AI 연산 수요를 연결하는 모델로, 단계적인 구축을 위한 사업 기획이 진행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제주 AX융합연구실은 지역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연구 기반이다.
■국제기구 상주 여건 지속 보완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의 관건은 국제기구가 실제로 입주해 활동할 여건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14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입지 평가기준안은 핵심 기능 수행 역량과 정주 여건 등 4개 분야 19개 세부지표로 구성됐다. 국제기구 대표의 평가 참여도 제시돼 업무공간과 재정지원,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해졌다.
제주는 국제공항과 컨벤션시설, 제주포럼 등 국제교류 기반과 영어교육도시의 4개 국제학교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6월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들에게 허브 유치를 건의하고, 9월에는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유치전은 제주 산업구조 전환과도 맞닿는다. 2023년 제주 총부가가치에서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비중은 5.5%로 전국(9.9%)보다 낮았다. 국제 AI 협력사업을 지역 대학·기업의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제주가 축적한 16년간의 유엔 연계 국제연수와 NIA의 디지털 협력 경험은 유치 경쟁력의 토대다. 기존 국제협력망을 실제 공동사업으로 확장하고 국제기구 상주 여건을 입증하는 일이 남은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