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라서 안 된다더니"… 6년 전 삼성의 과감한 선택, 두 작은 거인이 한국시리즈를 열었다
김지찬 PO 5차전 3안타·3타점·3득점, 데일리 MVP
이승민 5경기 전부 등판·ERA 1.69, 박진만 감독 '숨은 MVP' 극찬
체격의 한계보다 실력과 가능성 믿었던 삼성의 스카우트
6년 전 의문에 가을야구로 대답한 두 선수, 이제 KS 우승 도전
[파이낸셜뉴스] 6년 전, 한 고교 야구선수의 어머니에게서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필자가 썼던 삼성 라이온즈 신인 김지찬에 관한 기사를 읽고 보낸 사연이었다.
"우리 아이가 체격이 많이 작습니다. 하지만 김지찬 선수를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요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당시 김지찬은 키 163cm의 단신 신인이었다. 고교 무대를 평정(세계청소년선수권 타격·도루·수비상 싹쓸이)했음에도, 좁디좁은 프로의 문턱에서 "체격이 너무 작아 살아남을 수 없다"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비슷한 시기, 대구에서 '고무팔'로 불리던 좌완 투수 이승민 역시 서러움을 삼키고 있었다.
2년간 160이닝을 던지며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지만, '체격이 작고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로 프로 지명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당시 삼성 라이온즈 스카우트진의 시선은 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체격과 숫자가 아닌, 두 선수가 그라운드 안에서 뿜어내는 진짜 '야구 실력'과 '재능'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26년 11월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두 선수는 6년 전 자신들을 향했던 세상의 의구심을 보란 듯이 산산조각 냈다. 한 명은 매서운 방망이와 쾌족으로, 다른 한 명은 흔들림 없는 좌완으로 사자 군단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을 견인했다.
김지찬은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의 미친 활약으로 팀의 6-1 완승을 이끌고 데일리 MVP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34경기에서 타율 0.315를 기록하며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했지만, 2회말 2타점 적시타와 도루, 6회말 쐐기 3루타 등 정확한 콘택트와 출루 이후 상대를 옥죄는 특유의 능력으로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이승민의 헌신은 더욱 빛났다. PO 5경기 전 경기에 등판해 5.1이닝 3피안타 2볼넷 평균자책점 1.69, 2홀드의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김도영, 나성범 등 KIA의 강력한 좌타 라인을 상대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마다 마운드에 올라 완벽한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박진만 감독이 직접 "이번 시리즈의 숨은 MVP는 이승민"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김지찬은 전형적인 거포가 아니고, 이승민은 150km를 훌쩍 넘기는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신체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이 가진 장점과 경기 운영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삼성은 그 무형의 가치가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단순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편견에 맞선 두 선수의 비상은 지금도 자신의 체격을 한탄하며 구슬땀을 흘릴 수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강력한 희망의 증거다.
6년 전 삼성은 '작은 선수'를 뽑은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알아본 스카우트진의 혜안이 이제 대망의 V9을 정조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