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50세 여성 뱃속에서 발견된 '4㎝ 쇠바늘' [이상징후]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 찾은 호주 여성…CT에 찍힌 의문의 금속 물체
뱃속에서 위치까지 바뀐 4㎝ 바늘…장기·혈관 손상 위험에 긴급 수술
수술실에서도 바늘 보이지 않아…X선 반복 촬영 끝에 제거
[파이낸셜뉴스] 잠을 자다가 몸속으로 바늘이 파고들어 간다면 알아차릴 수 있을까. 삼킨 적도, 찔린 기억도 없는 4㎝ 길이의 금속 바늘이 50대 여성의 뱃속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믿기 힘든 의료 증례가 보고됐다.
지난 10월 31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서지컬 케이스 리포츠(Journal of Surgical Case Reports)'에는 호주 존헌터병원 의료진이 겪은 기막힌 수술 사례가 실렸다.
호주에 거주하는 50세 여성은 갑작스러운 명치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심박수가 분당 130회까지 뛰었지만 혈액 검사는 정상이란 결과가 나왔다. 원인을 찾기 위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진행한 의료진은 모니터에 뜬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여성의 왼쪽 복강 안에 4㎝ 길이의 가늘고 긴 금속 물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영락없는 '바느질용 바늘'이었다.
놀라운 것은 환자의 반응이었다. 여성은 바늘을 삼킨 기억도, 복부에 심하게 찔린 사고를 당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당장 장 천공이나 출혈 등 심각한 손상 징후가 없어 의료진은 일단 여성을 퇴원시켰다.
퇴원 바로 다음 날, 여성은 복통이 재발해 다시 응급실로 실려 왔다. 재촬영한 X선 사진은 의료진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날과 비교해 뱃속 바늘의 위치가 아래쪽으로 쑥 내려가 있었던 것이다. 날카로운 흉기가 뱃속을 떠다니며 장벽이나 혈관을 찌르기 일보 직전의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었다.
두 번째 방문에서야 여성은 문득 한 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최근 바느질을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고, 뒤척이던 중 바늘 위로 몸이 굴러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4㎝의 바늘이 피부를 뚫고 복강 안까지 파고들었지만, 깊이 잠든 탓에 그 끔찍한 통증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엽기적인 추론이 가능해졌다.
바늘이 계속 이동하자 의료진은 긴급 복강경 수술을 결정했다. 하지만 수술실에서 두 번째 반전이 일어났다. 작은창자 부근에 피가 고인 혈종만 있을 뿐, 정작 CT에 선명히 찍혔던 바늘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의료진은 수술 도중 실시간 X선 촬영이라는 기지를 발휘했다. 복강경 기구를 기준점으로 삼아 바늘과의 거리를 X선 영상으로 좁혀나가는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마침내 대장을 덮고 있는 두꺼운 지방 조직인 '대망' 속에 꽁꽁 숨어있던 바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물질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는 복부 지방층이 바늘을 겹겹이 감싸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의료진은 전기소작기로 틈을 내어 무사히 4㎝ 쇠바늘을 끄집어냈다. 다행히 장 천공이나 다른 장기 손상은 없었으며 여성은 수술 다음 날 무사히 퇴원했다.
연구진은 "가늘고 긴 금속 물체는 복강 안에서 조금만 위치를 바꿔도 치명적인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환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 침투한 이물질 제거 수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느질을 하다 잠들었을 뿐인 평범한 일상이, 하마터면 생명을 앗아갈 뻔한 끔찍한 악몽으로 변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