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규모정비 공동시행 '무책임 수수료' 막는다…표준기준 마련 나서
건설업자 공동시행 45곳 조사…과도한 수수료 확인
유사업무 정비업체보다 4배 이상…법 개정 건의
12월 선정기준·표준협약서 등 배포…합동 점검 추진
[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서 시공이나 자금조달 책임 없이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공동시행 계약 구조 개선에 나선다. 건설업자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표준협약서를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2일 시에 따르면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공동시행자로 참여 중인 건설업자 3곳의 45개 구역 계약서를 분석하고 조합 2곳을 실태점검한 결과, 불투명한 선정 절차와 과도한 수수료 선지급,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계약 구조 등이 확인됐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공동시행은 자금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건설업자가 사업 초기부터 지원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일부 건설업자가 정비업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시공과 자금조달 책임은 지지 않고 높은 수수료를 받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시는 공동시행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건설업자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조합원에게 불리한 계약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시가 올해 10월 기준 공동시행 건설업자 3곳의 45개 구역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업무범위와 선정 절차의 불투명성, 과도한 수수료 및 선지급, 사업 수행 역량 검증 부재 등 문제가 확인됐다.
계약서 분석에서 드러난 문제는 현장 점검에서도 확인됐다. 시는 지난 6월 건설업자가 조합설립 단계부터 사업 전반에 관여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해당 건설업자가 공동시행 중인 조합 2곳을 점검했다.
그 결과 총 49건의 부적정 사항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9건을 수사의뢰하고 21건에 시정명령, 19건에 행정지도 조치를 했다.
주요 적발 사항은 공동시행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공고와 총회 평가배점표가 일치하지 않은 사례, 동의서에 건설업자의 자격과 역할·수수료를 기재하지 않은 사례 등이다.
총회 의결 없이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금액을 초과해 대금을 지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착공 시까지 수수료의 80%를 선지급하도록 한 계약과 속기록 미보관, 관련 자료 미공개 등도 지적됐다.
시는 공동시행자가 조합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았음에도 사업관리 책임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계약에서는 총회와 예산, 사업비 관리까지 공동시행자가 담당하도록 했지만, 관리 부실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했다.
시는 공동시행자의 선정부터 계약과 자금관리까지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 국토교통부에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건의했다. 공동시행자 선정·협약 기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건설업자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시공자로서의 책임도 지도록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건설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등록사업자 자격으로 공동시행에 참여해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등록사업자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건의했다.
법 개정에 앞서 서울시 차원의 개선책도 시행한다. 오는 12월 공동시행 건설업자와 등록사업자에 대한 선정기준, 표준동의서, 표준협약서를 마련해 자치구와 조합에 배포할 예정이다.
현장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서울시와 자치구, 외부 전문가가 공동시행자 선정 절차와 계약 내용, 자금관리 실태 등을 합동 점검하고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수사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할 방침이다. 점검 결과는 해당 조합에 통보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법 개정 전이라도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울시 표준협약서 적용, 건설업자별 추가 점검을 이어가겠다"며 "문제가 확인된 구역은 철저히 관리해 조합원 권익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