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김홍신 "형법상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게 역사적 필주"
3년 만의 장편 '유다의 어머니' 출간
정변의 시대, 불의에 맞선 모자의 비극
12·3 계엄에 되살아난 검열의 상처
만년필로 800매…백제사 집필도 준비
"형법상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사적 필주입니다."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가 김홍신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 '유다의 어머니'(해냄) 출간 간담회에서 '아름다운 복수'의 의미를 이렇게 풀었다. 글로 잘못을 꾸짖는 필주(筆誅)를 통해 역사를 바로잡고, 후대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자의 비극에 담긴 '아름다운 복수'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2023)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1979년 군사정변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불의에 맞선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은 어머니 박해선이 첫째 아들 윤상경 소령을 향해 총을 세 발 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정변 세력의 치부를 담은 기밀문서를 지키려는 이들과 이를 빼앗으려는 이들의 대립 속에 한 가족의 비극이 펼쳐진다.
제목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어머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김 작가는 악한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세상을 빛낸 이들의 어머니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쏜다는 설정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도 고민한 대목이라고 답했다.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가족과 동료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로 아들을 그려, 어머니가 그런 선택에 이르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복수'라는 표현에는 고민도 따랐다. 그는 "가슴이 좀 아팠다"면서도 "그 필주라는 단어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불의에 맞서온 한국인의 정신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동학과 3·1운동,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을 잇는 정신을 언급하며,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의도에 모인 시민들과 그들에게 마음을 보탠 국민을 두고 "모두 다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검열의 상처를 안고 이어온 집필
집필 배경에는 자신의 필화 경험이 있다. 그는 1980년 12월 작품집 '도둑놈과 도둑님'으로 보안사 인사에게 끌려가고 책이 전량 압수됐던 기억이 12·3 비상계엄으로 되살아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트라우마라는 거는 지워지지 않는 개인의 역사가 된다"며 그날 여의도로 달려가려다 시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언젠가 글로 필주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돌아봤다.
그를 조사했던 보안사 인사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108배를 하며 명복을 빌었다고 했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자신의 생각을 지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초고에서는 실제 사건의 비중이 컸지만, 퇴고하면서 인물과 사건에 허구를 더했다. 그는 "제가 소설을 쓴 것 중에 이번처럼 많이 고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고지 800매 분량의 신작도 만년필로 썼다. 고(故) 최인호 작가와 죽을 때까지 손으로 쓰자고 약속한 그는, 자신의 피를 찍듯 더 진중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인간시장'으로 국내 첫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고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올해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그는 이번 책이 142번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150권을 채우는 것이 목표라며 백제사 집필을 위한 자료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녀들에게 세상을 떠날 때 손에 만년필을 쥐여주고 머리맡에 원고지를 놓아달라고 미리 당부했다고도 밝혔다. "죽는 날 원고지에다가 글을 쓰자"는 다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