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 추위 코앞인데…구룡마을 이재민들 "차에서 자고, 입을 옷도 없어"
임시대피소 폐쇄에 숙박시설·차량으로 흩어져
주말 영하권 추위 예보에 방한용품 부족 호소
서울시, 60가구 구호지원 오는 14일까지 연장
3차 합동감식 마무리…화재 원인은 조사 중
[파이낸셜뉴스] "오늘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자야 해요. 추워지면 어쩌겠어요. 죽든가 살든가 어떻게 되겠죠."
2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만난 장윤홍씨(69)는 다가오는 영하권 추위에 대한 걱정을 묻자 체념한 듯 이같이 말했다. 1998년부터 약 28년간 구룡마을에 거주한 장씨는 최근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뒤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그는 전날 경비실에서 잠을 청했고 이날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화물차에서 밤을 보낼 예정이다.
오는 7일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구룡마을 화재 이재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화재로 집과 가재도구를 잃은 주민들은 겨울철 추위에 대비할 이불과 방한복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임시대피소 운영이 종료되면서 주민들이 숙박시설과 친인척·지인의 집 등으로 흩어진 가운데 일부는 차량에서 잠을 청하는 등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장씨는 "주거 공간이 없는데 이불이 있으면 어디 가서 자겠느냐"며 "친구들에게 개집에 들어가서라도 자면 된다고 농담했지만 실제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장 오늘 밤도 차에서 자야 하는데 날씨까지 추워진다고 하니 걱정"이라며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다.
다른 주민들도 갑작스러운 화재로 월동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룡마을에서 약 45년간 거주한 정재식씨(65)는 "다들 옷 입은 채로 뛰쳐나와 지금도 그 옷 그대로 입고 있다"며 "추우면 추운 대로 덜덜 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과 생활용품을 한꺼번에 잃으면서 당장 닥칠 추위에 대비할 여력조차 없다는 설명이다.
반복되는 화재와 임시 거처 생활에 대한 피로감도 묻어났다. 정씨는 "지난번 화재 때도 차에서 웅크리고 열흘 동안 지냈다"며 "그때는 지원물품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숙박 지원이 끝난 뒤 거처를 묻자 "해주면 좋고 안 해주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민들은 화재 이후 개포중학교와 구룡중학교 체육관 등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해왔지만 학교 운영 등을 이유로 대피소가 문을 닫으면서 지난 1일부터 각자 거처를 옮겼다. 현재 32가구 57명은 인근 모텔 등 민간 숙박시설로 이동했고 나머지 28가구 40명은 구룡마을 내 거주지나 친인척·지인의 집 등으로 흩어졌다.
서울시는 이재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당초 7일까지였던 재해구호 지원 기간을 1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60가구를 대상으로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원금은 서울시가 강남구에 교부하고 강남구가 집행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구호 기간 연장에도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임시 숙박시설을 제공받은 이재민들 역시 지원 종료 이후 머물 거처가 불투명한 데다 겨울철 추위에 대비할 방한용품과 생필품도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구룡마을에서 약 35년간 거주한 김제승씨(67)는 "추위를 앞두고 방한복과 생필품이 절실한데 지원은 한두 차례에 그치고 들어오는 옷도 대부분 누군가 입었던 것들"이라며 "먹을거리마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세 번째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은 오후 2시께 종료됐으며 현장에서 확보한 감정물 3개는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며 추가 합동감식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