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진 구룡마을 이재민... 재해구호 지원 기간 늘려도 막막
학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종료
앞으로 머물 거처 여전히 불투명
"오늘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자야 해요. 추워지면 어쩌겠어요. 죽든가 살든가 어떻게 되겠죠."
2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만난 장윤홍씨(69)는 다가오는 영하권 추위에 대한 걱정을 묻자 체념한 듯 이같이 말했다. 1998년부터 약 28년간 구룡마을에 거주한 장씨는 최근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뒤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그는 전날 경비실에서 잠을 청했고 이날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화물차에서 밤을 보낼 예정이다.
오는 7일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구룡마을 화재 이재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화재로 집과 가재도구를 잃은 주민들은 겨울철 추위에 대비할 이불과 방한복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재민들은 화재 이후 개포중학교와 구룡중학교 체육관 등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해왔지만 학교 운영 등을 이유로 대피소가 문을 닫으면서 지난 1일부터 각자 거처를 옮겼다. 현재 32가구 57명은 인근 모텔 등 민간 숙박시설로 이동했고 나머지 28가구 40명은 구룡마을 내 거주지나 친인척·지인의 집 등으로 흩어졌다.
서울시는 이재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당초 7일까지였던 재해구호 지원 기간을 1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구호 기간 연장에도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임시 숙박시설을 제공받은 이재민들 역시 지원 종료 이후 머물 거처가 불투명한 데다 겨울철 추위에 대비할 방한용품과 생필품도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구룡마을에서 약 35년간 거주한 김제승씨(67)는 "추위를 앞두고 방한복과 생필품이 절실한데 지원은 한두 차례에 그치고 들어오는 옷도 대부분 누군가 입었던 것들"이라며 "먹을거리마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세 번째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은 오후 2시께 종료됐으며 현장에서 확보한 감정물 3개는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구룡마을 화재 당시 용수 부족과 관련, 서울시가 소방용수시설 설치·보수 예산을 2년 연속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소방차 통행로 환경개선 예산도 대폭 줄어든 데다 최근 3년간 소방용수시설 보수 실적마저 당초 계획보다 468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소방재난본부 세입세출예산안 예비심사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소방용수시설 설치·보수 예산은 78억4200만원으로 2024년(90억6900만원) 대비 12억2700만원(13.5%) 감소했다. 지난해 89억4200만원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소방차 통행로 환경개선 예산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관련 예산은 지난 2024년 6억800만원에서 지난해 2억6400만원으로 56.6%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2500만원까지 축소됐다. 2년 만에 약 95.9% 감소한 셈이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