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밀실고문' 위자료 6500만원 판결...法 "입증 부담 전가 부당"
[파이낸셜뉴스] 1980년 신군부 비상계엄 당시 계엄포고령에 따라 영장 없이 불법 체포돼 수십일간 구금된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가 항소심 법원에서 대폭 늘어났다. 법원은 국가기관이 밀실에서 자행한 반인권적 범죄의 특성상 직접적인 물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입증 곤란의 불이익을 피해자에게 일괄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맹준영 부장판사)는 피해자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6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총액 4250만원에서 2250만원 늘어났다.
당시 대학생이던 A씨는 1980년 4월과 5월 계엄 해제와 전두환 신군부 퇴진 등을 요구하다가 '계엄포고령 제10호'에 의해 불법 체포됐다. 이후 옥인동 대공분실 등으로 끌려가 93일간 독거수용 상태로 불법 구금됐으며, 출소 후에는 대학에서 제적 처분을 받고 군에 강제 입영되는 고초를 겪었다.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는 지난 2024년 8월 21일 A씨를 관련자로 인정하고 보상금 6467만9200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어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총 8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A씨 본인 위자료 4000만원과 부모 위자료 각 500만 원(A씨 상속분 4분의 1 적용)을 합쳐 4250만원만을 인용했다. A씨가 주장한 구금 기간 중 구타 등 가혹행위는 객관적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배척됐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헌법상 영장주의와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해 발령 당시부터 무효"라며 "전두환을 비롯한 국가기관 공무원들이 기본권 보장 책무를 위배해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른 만큼 불법성이 대단히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밀실에서 자행된 가혹행위는 당사자 진술 외에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기가 극히 어렵다"며 "원고의 신체의 자유가 전면 박탈됐던 상태를 감안할 때 가혹행위를 모두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증명의 곤란을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해 일괄 배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증명을 강제하는 처사"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약 46년이라는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그사이 변동된 물가 및 국민소득 수준과 통화가치 등을 산정 기준에 반영해 A씨 본인의 위자료를 6000만원으로, 부모 위자료를 각 1000만원으로 상향했다. 부모 상속분(각 250만원)을 더해 국가가 배상해야 할 최종 금액은 6500만원으로 확정됐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