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조 민간위탁사업 검증 완화 논란…한공회 "회계감사 유지해야"
서울시의회, 회계감사→결산서 검사 변경 추진
세무사·세무법인에도 검사 업무 허용
한공회 "업무수행자 확대 위해 검증 수준 낮춰선 안 돼"
[파이낸셜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 예산이 연간 14조6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공공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고 검사 주체를 세무사까지 확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지난해 회계감사 제도가 복원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검증 방식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세금 집행의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일 서울시의회의 민간위탁사업 관련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며 현행 회계감사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계사회는 "엄격한 회계감사 제도를 간이한 수준의 결산서 검사로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업무수행자 확대를 위해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검증 수준을 낮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3일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채유미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기존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고 검사 수행 주체에 세무사와 세무법인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위탁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서비스 등의 수행을 민간기관에 맡기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전국 지자체의 민간위탁 예산은 약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공공자금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4년 지자체 중 선도적으로 회계감사 제도를 도입했다.
관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서울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는 조례를 의결했다. 이후 조례안 무효확인 소송으로 이어졌으며 대법원은 2024년 10월 25일 해당 조례안이 공인회계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지방자치법상 민간위탁사업에 반드시 회계감사를 거치도록 한 규정이 없고, 조례상 결산서 검사는 엄격한 회계감사가 아닌 간이한 검사로 의도됐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3월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검증 강화를 위해 결산서 검사를 삭제하고 회계감사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회계감사 제도가 복원된 지 약 1년 8개월 만에 검증 방식이 다시 바뀌게 된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감사로 복원된 제도를 다시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려면 합당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근거 없는 제도 변경은 검증 수준 하향 논란과 함께 서울시와 민간위탁 수탁기관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사회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전국 단위의 통일된 감독체계 마련도 촉구했다. 현재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민간위탁사업의 검증 방식과 범위가 달라 동일한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도 지역별 감독 수준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는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를 법률에 명시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신정훈·박수민 의원 대표발의로 계류 중이며 박상웅 의원도 관련 개정안을 추가 발의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시민의 세금 집행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도 변경의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공통된 감독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사·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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