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주택공급 막는 '그림자 규제'
정부의 주택공급은 '결연한 의지' 그 자체다. 한성숙 국무총리의 말을 빌리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가 안 되는 총력전이라는 의미이다. 정부가 내놓은 물량이나 속도전 계획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선 물량을 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서 150만가구 이상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평균 30만가구 이상이다. 추가로 나올 택지까지 포함하면 노태우 정부의 200만가구 건설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예전 정부와 달리 범정부 차원에서 주택공급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격주마다 정례 브리핑도 도입했다. 대통령 독려에 관련 부처 장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국내 주택공급 역사상 계획에서 착공까지 가장 빠른 속도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프로젝트이다. 지구지정에서 착공까지 단 1년여 만에 이뤄졌다. 현 정부의 실행 플랜만 놓고 보면 전 부처는 물론 관련 기관까지 주택공급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반면 성과는 이 같은 노력에 비하면 부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9월 수도권 주택 착공물량은 9만6047가구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150만가구 이상을 목표로 한 계획 첫해부터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 파트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채울 수 있다. 반면 공급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자체 그림자 규제'가 현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모 시행사 회장은 말로만 '닥공(닥치고 공급)'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와 달리 실제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는 기초지자체는 '만만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바뀌었다고 안 해, 담당 직원이 새로 왔다고 원점 검토하고, 민원이 있으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정부가 이렇게 발표했다고 자료를 내밀기도 다반사. '그건 그거'라는 답변을 들을 때면 옛날 '관선 지자체' 때가 더 그립다고 전했다.
B건설사 회장도 지자체 인허가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에 하소연할까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그는 "팩트체크 과정에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누가 민원을 넣는지 알게 된다. 그럼 공무원에게 찍히게 되고, 나중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냥 숨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사 회장은 "지자체 공무원이 호출할 때마다 달려간다. 꼬투리 잡을 때마다 나이 어린 공무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자체 그림자'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앙부처는 물론 광역지자체도 여러 시도를 해봤다. 정부와 주택·건설협회의 대대적인 실태조사도 수차례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그때마다 나오지 않았다. 지자체에 미운털 박히는 것을 각오하고 나설 민간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해당 지자체에서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지 않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지자체 그림자 규제는 지금도 건재하다.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지자체 그림자 규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주택공급 목표 달성은 어렵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초지자체가 서울만 25곳, 경기도는 31곳"이라며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감사원 인허가 사전 컨설팅 활성화도 그중 하나이다. 지금도 지자체 때문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현장이 수두룩하다.
[email protected] 이종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