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비상경보 앱 잇따라 해킹…'핵·화학 공격' 가짜 경보에 혼란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 공습경보 앱에 "오레시니크 발사·핵 공격" 허위 알림
몇 시간 뒤 러시아 비상사태부 앱도 사이버 공격 받아 "3주치 식량 비축" 등 가짜 뉴스 송출
양측 동시간대 해킹 연관성은 미궁…우크라는 러시아 소행 주장, 러시아는 입장 유보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비상 경보 애플리케이션(앱)이 비슷한 시간대에 잇따라 해킹당하면서 시민들에게 '핵 공격' 등 가짜 경보를 송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시민의 대피를 돕는 필수 공공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무력하게 노출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께 우크라이나의 대국민 공습경보 앱 '에어 얼러트(Air Alert)'가 외부의 사이버 공격을 받아 수도 키이우 등에 허위 경보를 발송했다.
하루 이용자만 670만 명이 넘는 이 앱에는 러시아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발사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핵·화학 공격 위험이 닥쳤다는 거짓 메시지가 표시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도권 시가전을 예고하는 경고까지 전송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즉각 텔레그램을 통해 "공습경보 앱이 적대 세력의 간섭을 받았다"라며 "방사능 위험은 전혀 없으니 침착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와 개발사 아약스 시스템스는 즉시 앱 작동을 일시 중단하고 보안 조치에 돌입했으며, 현재는 지도 내 표적 표시 기능을 제외한 일부 기능을 복구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센터(SPRAVDI)는 이번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으며, 친러 성향의 자칭 해킹 단체 '히트코어'가 범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앱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몇 시간 뒤,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자체 비상경보 앱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이용자들에게 허위 정보가 유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앱에는 "핵 공격이 임박했다", "3주 치 식량을 비축하라" 등의 허위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 비상사태부 측은 앱 해킹이 비상경보 시스템 운영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사이렌과 확성기 등 기존 경보 체계는 정상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국에서 벌어진 동시간대 경보 앱 해킹이 서로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배후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전시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보 시스템마저 허위 정보 유포에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거짓 경보가 반복될 경우 경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추락해, 향후 실제 공습 상황에서 대피가 지연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