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서 최신예 3600t급 '서희함' 진수…70종 장비 국산화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독자 설계·건조 3,600t급 디젤 잠수함 2번함…양산 체제 본격 궤도 진입
국산 리튬전지 탑재로 잠항 능력 혁신, '하이-로우 믹스' 입체적 영해 수호
고려 서희 명재상의 안보 정신 계승, 2028년 해군 인도 후 실전 배치 예정
[파이낸셜뉴스] 고려 시대 '강동 6주'를 확보했던 명재상 서희의 안보 정신이 대한민국 주권을 수호할 세계 최고 수준의 3600t급 국산 최신예 잠수함으로 부활했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3일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을 주빈으로 주요 군 관계자 및 방산업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보고-Ⅲ Batch-Ⅱ 2번함인 '서희함(SS-088)'의 진수식을 거행한다. 이번 진수는 선도함인 장영실함에 이어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두 번째 3600t급 디젤 잠수함 양산 체제의 궤도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눈·귀' 고도화되고 리튬 전지로 날개 단 수중 불침번
서희함은 기존 장보고-Ⅲ Batch-Ⅰ(도산안창호함급, 3000t급)과 비교해 체급과 성능 면에서 비약적인 진화를 이뤄냈다. 선체 길이가 약 89m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무장과 첨단 장비를 수용할 수 있는 내부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했다. 잠수함의 두뇌와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전투체계와 소나(음파탐지기)체계의 성능을 대폭 개선해, 장거리 다중 표적을 먼저 식별하고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에너지원'의 혁신이다. 서희함은 안정성이 검증된 국산 리튬전지체계를 탑재했다. 기존 납축전지 대비 잠항 지속 시간과 최대속력 항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은밀하게 심해를 지키는 작전 능력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여기에 최신 소음저감 기술과 관통형 잠망경 등 생존성을 극대화하는 안전 설비가 대거 적용됐다.
리튬전지체계를 포함해 Batch-Ⅰ 대비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국산화하면서, 서희함에 탑재된 국산 부품은 총 70종에 달한다. 이는 엄격한 군사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춰 신속한 후속 군수지원을 보장하는 한편,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한국형 잠수함(K-Submarine)의 수출 경쟁력을 탄탄히 다지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서희함은 시운전 기간을 거쳐 2028년 해군에 인도되며 이후 전력화 과정을 마치고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삼면 해역 특성 맞춘 '하이-로우 믹스'로 촘촘한 안보망 구축
해양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3,600t급 서희함 진수를 계기로, 우리 군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지형적 특성에 최적화된 '다양한 체급의 균형 잡힌 잠수함 전력 체계'를 완성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남해의 깊은 수심과 서해의 얕은 대륙붕 환경을 모두 아우르는 맞춤형 전력 운용이 국가 안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해역별 환경이 판이하다. 남해(평균 수심 약 100m)와 동해(평균 수심 약 1500m), 그리고 광활한 대양은 이번에 진수된 3600t급 서희함이나 향후 도입이 기대되는 대형 핵추진 잠수함이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을 발휘할 최적의 무대다. 대형 잠수함은 장기 잠항 능력과 강력한 무장을 바탕으로 원거리에서 적의 핵심 기지를 타격하고 전방위 위협을 통제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평균 수심이 약 44m로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 근해에서는 우리 해군이 내실 있게 운용 중인 1200t급(장보고급) 및 1800t급(손원일급) 중·소형 디젤 잠수함이 독보적인 전술적 가치를 발휘한다. 복잡한 수중 음향 환경과 얕은 수심은 대형 함정에 까다로운 여건일 수 있지만, 중·소형 잠수함에는 은밀히 매복할 수 있는 최적의 천혜 요새가 된다. 특히 500t 미만의 소형 잠수정과 반잠수정을 동원해 기습 침투를 노리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최일선에서 포착하고 전술적으로 완벽히 봉쇄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자산 역시 이들 중·소형 전력이다.
국방 안보 전문가 및 관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이질적인 한반도 해역 특성을 전술적으로 상호 보완하는 '하이브리드형 전력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방 관련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서희함 진수로 동·남해와 대양을 수호할 강력한 '하이(High) 전력'을 확보한 만큼, 서해 근해의 영해 주권을 빈틈없이 수호하는 '로우(Low) 전력'인 중·소형 디젤 잠수함의 가치 역시 재인식해야 한다"며 "입체적인 삼면 바다를 완벽히 통제하기 위해 대형 전략 잠수함 확보와 중·소형 재래식 전력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우리 해군력 완성의 핵심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