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계형 범죄에 선처 늘었다…경미범죄 심사 1만3000건 돌파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발달장애인 건조물침입 훈방…복지서비스 연계
경미범죄 심사위 회부 1만3425건…전년比 63%↑

경찰청 본청. 뉴시스
경찰청 본청.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생계난으로 2만원 상당의 즉석밥을 훔친 실직자가 경찰의 경미범죄 심사를 거쳐 선처를 받고 생필품까지 지원받았다. 경찰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경제적·사회적 사정을 고려해 처분을 감경하고 복지 지원까지 연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전국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심사 사례 가운데 피의자의 참작 사유를 확인해 처분을 감경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한 우수사례 9건이 선정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만1000원 상당의 즉석밥을 훔친 피의자에 대해 경미범죄 심사를 거쳐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피의자는 실직과 파산 신청으로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가 회복됐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 피의자는 최종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보건복지부의 '그냥드림' 사업과 연계해 생필품도 지원받았다.

발달장애가 있는 피의자를 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사례도 선정됐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청소년수련관 창고에 들어가 머물다가 건조물침입 혐의로 신고된 피의자를 훈방 처분했다.

해당 피의자는 발달장애가 있는 데다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암 4기 진단을 받아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훈방하고 전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해 주간보호서비스 등을 지원받도록 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처분을 감경한 사례도 있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마트에서 빨랫비누 등 1만1500원 상당의 생필품을 훔친 피의자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피해자가 합의금 100만원을 요구해 합의가 무산됐지만 경찰은 고령의 기초생활수급자인 피의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 피의자는 최종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는 경미한 형사사건 피의자의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범행 경위와 피해 정도, 피해 회복 여부,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 감경 여부를 심사한다. 특히 단순 처벌에 그치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피의자를 발굴해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주목받고 있다.

제도 활용도 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회부 건수는 1만34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3% 증가했다.

경찰청은 제도를 적극 활용한 수사관에 대한 포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처벌보다 선도와 지원이 필요한 경미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따뜻한 법 집행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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