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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이 '굳은살' 되는 이유는?"…내장지방, '얼마나'보다 '어떤 상태'가 중요[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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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같은 체중이라도 누구는 당뇨병에 걸리고 누구는 멀쩡하다. 차이는 뱃속 내장지방의 '질'에 있을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내장지방을 딱딱하게 굳히고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 'THBS1(트롬보스폰딘-1)'을 찾아냈다. THBS1을 억제하면 지방조직의 섬유화와 염증이 줄어드는 것도 확인해 대사질환의 새로운 진단 지표이자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문준호 교수와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공동연구팀(제1저자 정지수·박은서 박사)은 한국인 내장지방을 세포 단위로 정밀 분석해 비만과 당뇨병이 진행될수록 지방조직의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키는 단백질 THBS1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

지방조직은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이자 몸 전체의 염증 수준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특히 복부 장기 사이에 쌓이는 내장지방은 피하지방보다 염증과 섬유화(조직이 흉터처럼 딱딱하게 굳는 현상)가 잘 생기고, 인슐린 저항성·2형 당뇨병·심혈관질환과도 더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지만 지방조직에는 지방세포, 지방줄기세포, 면역세포, 혈관세포 등이 뒤섞여 있어 어떤 세포가 어떻게 변해 지방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비만 정도가 다른 사람들을 한데 묶어 분석해 질환 단계별 차이를 가려내기 어려웠다.

한국인 21명 내장지방 세포 8만6000개 '현미경 해부'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은 한국인 21명의 내장지방을 정상 체중(8명), 비만(5명), 비만이면서 당뇨병이 있는 그룹(8명)으로 나눠 비교했다. 정상 체중 그룹은 신장 기증자, 나머지 13명은 위소매절제술(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연구팀은 세포 하나하나에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 읽어내는 '단일세포핵 RNA 분석' 기술로 약 8만6000개 세포를 분석해 내장지방의 '세포 지도'를 그렸다.

그 결과 지방줄기세포와 지방세포 가운데 THBS1을 많이 만들어내는 세포 집단이 따로 존재했다. 이 세포들은 섬유화·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유의하게 높았고, 정상 체중보다 비만 그룹에서, 비만 그룹보다 비만·당뇨병 그룹에서 더 많았다.

지방세포 속 THBS1 양도 정상, 비만, 비만·당뇨병 순으로 높아졌다. 체질량지수(BMI)와 당화혈색소(HbA1c,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 지표)가 높을수록 THBS1도 많았다.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SLC11A1 양성 대식세포) 역시 비만·당뇨병 그룹에서 크게 늘어 있었다.

면역세포 부추겨 지방 굳혀… 막으면 섬유화 줄어

연구팀은 세포 실험, 사람과 생쥐의 지방조직 배양 실험, 동물실험으로 THBS1의 작용 원리를 확인했다. THBS1은 지방조직 속 대식세포를 자극해 섬유화 신호물질인 'TGF-β'를 활성화했고, 그 결과 지방조직에 콜라겐이 쌓이고 염증이 늘었다.

THBS1은 지방줄기세포가 건강한 지방세포로 자라는 과정도 방해했다. 이미 만들어진 지방세포의 포도당 흡수 능력과 인슐린 신호 전달도 떨어뜨렸다. 생쥐 내장지방에 THBS1을 늘리자 콜라겐이 쌓이고 염증성 면역세포가 몰려들었다. THBS1이 에너지를 잘 저장하는 건강한 지방을 딱딱하고 염증 많은 조직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지방세포가 커지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작동하는 'YAP/TAZ' 신호가 THBS1 유전자를 직접 켜는 상위 조절자라는 사실도 밝혔다.

THBS1을 차단하는 항체를 비만·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 조직에 처리하자 섬유화·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줄었다. 고지방식을 먹여 살찌운 생쥐에게 이 항체를 투여한 실험에서도 지방조직 섬유화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THBS1이 지방조직의 건강 상태를 혈액으로 가늠하는 바이오마커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진단에 활용하려면 더 많은 인원과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질환 단계가 명확히 구분된 한국인 집단의 내장지방을 세포 단위로 분석해 대사질환 진행에 따른 지방조직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핵심 인자로 THBS1을 제시해 기능까지 검증한 첫 보고라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에 초점을 맞춘 현재 비만 치료와 달리 지방의 '양'뿐 아니라 '질'을 개선하는 치료 전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최성희 교수는 "같은 체중이라도 내장지방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에 따라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지방조직을 병들게 하는 핵심 인자를 한국인 환자 조직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THBS1을 표적으로 한 진단·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지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팀은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 교수, 문준호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 교수, 문준호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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