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찰청 무자료 석유 일당 검거…주유소 11곳서 1000만 판매
바지사장 명의로 사업자 등록
운영총책 등 주범 4명 구속
5개 시·도 주유소 장기 임대 후 판매
석유 대리점 직원도 실적 위해 묵인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경찰이 바지사장을 앞세워 2년 넘게 주유소 11곳에서 무자료 석유 1000만ℓ를 팔아온 일당 33명을 붙잡았다.
3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광역범죄수사대는 세금계산서 없이 들여온 석유를 시중에 유통한 33명을 검거해 운영총책 등 주범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2024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강원·경기·충북·충남·대전 지역 주유소에서 판 기름은 160억원어치에 이른다.
범행은 중동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불안하고 수급 차질 우려가 이어지던 시기에 이뤄졌다.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되는 무자료 석유는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빼돌리는 통로가 되고 정상 거래하는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도 흐린다.
조직은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운영총책을 중심으로 관리책과 바지사장 모집책이 손발을 맞추는 구조였다. 이들은 주유소를 장기 임대한 뒤 대가를 주기로 하고 끌어들인 사람들 이름으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금융계좌도 이들 명의로 썼다. 일부 피의자는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팔 것처럼 대리점에서 석유를 사들여 무자료 판매 주유소로 빼돌렸고 대리점 직원은 실적을 올리려 이를 눈감아 줬다.
꼬리가 잡힌 건 지난해 4월 원주에서 들어온 제보였다. 경찰은 운영총책 등 4명을 먼저 검거하면서 확보한 사업자등록증과 판매장부를 단서로 수사를 넓혔다. 이어 한국석유관리원·국세청과 해당 주유소를 함께 압수수색하고 20여차례 협의를 거쳐 유통량과 매출을 특정했다.
석유가 어디서 와 어디로 갔는지, 판매대금이 어느 계좌로 오갔는지, 공범끼리 어떤 통화를 주고받았는지를 맞춰 보는 데 1년6개월이 걸렸다. 경찰은 무자료 석유를 공급하거나 판매한 주유소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곽병우 강원경찰청장은 "남의 이름을 빌린 사업자 뒤에 숨어 160억원어치 기름을 세금 없이 팔아온 조직의 실체를 1년 반 추적 끝에 드러냈다"며 "국제 정세로 기름값이 요동치는 상황을 돈벌이에 이용해 서민 경제를 흔드는 범죄는 끝까지 찾아내 엄하게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