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의 기억부터 문자 산수까지…교보아트스페이스 '동양화에 기운'
한진만·유승호·진희란 산수화 25점
산길의 기억부터 문자로 빚은 풍경까지
전통 화론 바탕으로 각자의 자연 표현
12월 13일까지 광화문서 무료 관람
[파이낸셜뉴스] 먹과 선으로 담은 산부터 글자로 쌓은 풍경까지, 서로 다른 산수화의 세계를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자연을 직접 관찰하거나 옛 그림을 연구한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통 산수화가 오늘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살펴본다.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내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이날부터 12월 13일까지 '동양화에 기운(Hearts Inclined to Ink)'이 열린다. 1948년생 한진만과 1974년생 유승호, 1990년생 진희란 등 서로 다른 세대의 작가들이 산수화 25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산길에서 쌓은 풍경과 기억
한진만과 진희란은 직접 산을 오르며 자연의 변화를 관찰해왔다. 북한산과 지리산, 설악산, 금강산 등에서 마주한 풍경은 작가의 시선과 기억을 거쳐 화면으로 옮겨진다.
홍익대 동양화과 명예교수인 한진만은 수묵으로 대상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여백과 공간의 깊이, 선과 먹을 다루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봤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옮기는 데서 나아가 그림에 생명력과 생동감을 담으려는 작업이다.
대표작으로 소개된 '금강송(The Song of Keum-Gang)'은 2007년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작품이다. 굵고 가는 먹선이 바위산의 윤곽을 세우고, 봉우리 사이로 비워둔 공간이 산세의 깊이를 드러낸다.
진희란은 조선시대 화가들처럼 산에 올라 책에서 읽은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림을 그린다. 산을 오를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산봉우리와 골짜기, 산길의 모습이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정상에서 마주한 짧은 순간보다 산길에서 경험한 풍경과 여정이 오래 남는다. 이 기억이 마음속의 산인 '심산(心山)'으로 빚어진다. 올해 순지에 수묵담채로 그린 '응비공청'이 전시 대표작에 포함됐다. 겹겹이 솟은 봉우리와 안개, 그 사이를 나는 새가 화면을 이룬다.
■문자로 펼친 산수와 그림의 생명력
유승호는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를 연구하며 문자를 활용한 '문자 산수'를 그려왔다. 수묵화에서 붓이 남기는 불분명한 흔적에 이끌려 옛 산수화 이미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문자 산수에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등장한다. 글자가 지닌 뜻과 그 글자들이 이루는 풍경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문자를 읽으려는 시선과 전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교차하는 셈이다.
이러한 작업은 전통 동양화와 낙서, 붓과 연필 등 표현 방식과 도구의 경계를 탐구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번에 소개하는 'yodeleheeyoo~'는 2007년 한지에 먹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 제목에는 '동양화로 마음이 기울다'는 뜻과 그림의 생명력·생동감을 가리키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의미가 겹쳐 있다.
기운생동은 중국 남제의 사혁이 '고화품록'에서 제시한 회화의 여섯 가지 기준인 '육법'의 첫 항목이다. 대상의 외형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정신과 생기를 보는 이에게 전하는 일을 중시한다.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과 화면에 담긴 기운을 작가별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