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서 완전유해로 귀환한 아버지 맞이한 외동딸 "이제 모든 한을 털어내고 실컷 울고 싶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강원 철원 백마고지서 수습한 유해 故 안성호 이등중사 확인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 지켜낸 유해와 인식표, 신속한 신원확인의 결정적 열쇠 됐다
[파이낸셜뉴스] 7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아버지의 소식을 기다려온 외동딸의 한(恨)이 조금은 씻겨 내려갔을까.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격전지에서 전사한 호국영웅이 유해 발굴 2개월 만에 신원이 확인되어 7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올해 7월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한 완전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9사단 소속의 고(故) 안성호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로 확인하고, 11월 3일 경기 이천시 유가족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했다고 밝혔다. 고 안 이등중사는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 개시 이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283번째 국군 전사자다.
이번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유가족 대표인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고인의 외동딸 안경희(75) 씨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전병희 국유단장은 유가족에게 호국영웅 귀환 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발굴 유품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고 참전 경로를 설명했다.
고인의 외동딸 안경희 씨는 소회를 통해 "아버지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라며 "이제 마음속의 모든 한을 털어내고 아버지 묘 앞에서 한 번 실컷 울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라남도 신안군 출신인 고인은 1927년 9월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7월 20일 육군 제1훈련소로 입대한 고인은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배치되어 중부지역 군사작전의 요충지인 철원평야 사수를 위한 '백마고지 전투'에 투입됐다. 고인은 1952년 10월 6~15일까지 벌어진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임무를 수행 중 10월 8일 전사했다.
백마고지 전투는 국군 제9사단이 주축이 되어 중부지역 군사작전을 위해 필수적인 철원평야와 주요 도로에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전투인 동시에, 국군 인명피해도 상당했던격전지였다.
고인의 유해는 지난 2022년 11월 중단되었다가 지난해 10월 재개된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에서 올해 7월 최초 식별됐다. 70년 넘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적 특성상 대부분의 유해가 고스란히 보존된 '완전 유해' 형태로 수습되었으며, 우측 대퇴골 부근에서 고인의 이름과 군번(0629811)이 새겨진 인식표와 계급장이 함께 출토됐다.
발굴 단 2개월 만에 신속한 신원확인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유가족이 미리 등록해 둔 유전자 시료가 있었다. 고인의 남동생 안성복 씨가 2010년 전남 목포시 보건소에서 시료를 채취한 데 이어, 외동딸 안경희 씨도 2014년 전남 순천시 보건소를 찾아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국유단은 올해 9월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하여 최종 부녀관계를 확인했다.
국유단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웅, 6·25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6·25 전사자의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한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 보건소와 군병원 등에서 가능하며, 유전자 정보를 통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거동이 불편해 방문이 어려운 경우 국유단 대표번호로 연락하면 전담 인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한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