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문화유산 보존 이유로 도시 미래 멈춰선 안 돼"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와 합리적인 규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하거나 불명확한 규제로 장기간 추진해 온 정비사업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공존의 길을 찾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세계유산을 지키는 것은 국제사회와의 중요한 약속이지만,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이유로 명확한 기준과 근거 규정도 없이 도시의 미래와 시민의 삶까지 멈춰 세워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과 도시의 발전은 결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년 넘게 사업이 추진돼 왔으나, 최근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요구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사업 등이 세계유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절차다. 세운4구역을 둘러싼 쟁점은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평가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 기준과 절차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했으며 국회의원과 도시계획·문화유산·법률 분야 전문가, 정비사업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와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각각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의 법적 쟁점과 개선과제, 세계유산 관련 규제가 도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문화유산 보호와 도시발전, 시민 재산권의 조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세운4구역 재개발은 세계유산영향평가뿐 아니라 매장문화유산 보존방안을 둘러싼 심의 지연 문제도 안고 있다. 국가유산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세운4구역 매장문화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심의를 2024년 이후 네 번째로 보류했다.
서울시는 앞선 심의에서 제시된 '이전 보존'을 전제로 보존방안을 보완했지만, 이번에는 '원위치 보존' 원칙이 제시되면서 심의 기준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존방식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라지면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 서울시의 문제의식이다.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 문제와 매장문화유산 심의가 결부돼 사업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주민 동의를 전제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객관적인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국가유산청과 주민 간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기 위한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오 시장은 "서울은 600년 역사를 품은 도시이자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도시"라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도,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책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문화유산 보존과 정비사업 추진이 양립할 수 있도록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설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