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청사만 세종으로 옮겨선 안 된다"…공청회서 정착·행정 효율 대책 '쓴소리'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행안부,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계획 공청회 개최
공무원 "주거와 이주 준비 기간 보장해야"
전문가 "전매제한 강화한 특공 제도 도입 검토"
일부 부서 서울잔류 필요성도 언급.. 행안부 "검토중"
과천시 "대안없는 자리 왜 부르나..상생 협의체 구성해야"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 별관 일대 과천시민 행정기관 이전 반대 집회.(과천시 제공) /사진=뉴스1
정부서울청사 별관 일대 과천시민 행정기관 이전 반대 집회.(과천시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3일 정부의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시 이전계획을 놓고 열린 공청회에서는 주거·교육 등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 대책을 먼저 마련하고 충분한 이주 준비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잦은 국회 출석과 서울 출장 등 기존 업무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청사를 옮기더라도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대국민 서비스 등 일부 업무 기능은 수도권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계획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이전 추진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내년 이전이 시작되지만 공무원들이 입주할 주택과 자녀 교육, 맞벌이 배우자의 직장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전을 앞두고 실제 거주할 주택의 확보 물량과 입주 시점은 불확실하다"며 "정부는 기한을 정해놓고 무조건 이전을 강제하기보다 공무원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비 지원과 통근버스 운행만으로는 주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 상반기 이전 대상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노조위원장도 "준비 기간은 길어야 반년 남짓이다. 그 사이 집을 구하고 아이 학교를 옮기고 맞벌이 배우자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며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전 시기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부터 교육·취업까지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준형 고려대 교수는 "기관 이전은 단순히 청사만 아니라 공무원도 같이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거"라며 과거 시행했던 주택 특별공급 제도의 재검토를 제안했다. 다만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전매 제한을 강화하고 기존 세종 시민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사 확보와 입지 편의만 고려하면 세종 내부에서도 기관 분산에 따른 비효율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행정 기능을 세종으로 집중시킬 필요는 없다"며 현장 집행과 대국민 서비스 기능은 업무 특성과 국민 접근성을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도 금융·개인정보 등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업무는 서울사무소를 실질적인 거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일부 업무 기능을 서울에 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방향은 44개 기관이 모두 내려가는 것이지만 서울 잔류가 필수적인 일부 부서는 예외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전 지원 대책과 함께 이달 말까지 최대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외교부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부 기관이 떠나는 지역의 반발도 이어졌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과천에 대한 지원 대책이나 대안이 있을 줄 알았더니 이럴 거면 왜 불렀느냐"며 "과천시와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 되느냐"고 항의했다. 과천 시민들도 도심 공동화와 상권 위축을 우려하며 상생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정부가 이날 공청회에 부친 이전 계획 변경안에는 전체 이전 대상 44개 기관, 공무원 정원 9929명 가운데 현행 법령에 따라 이전할 수 있는 31개 기관, 5460명이 우선 반영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23개 기관, 1831명은 내년까지 민간건물 등을 임차해 이전한다. 경찰청과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8개 기관, 3629명은 신축 청사를 확보해 2031년까지 이전한다.
이전 비용은 임차 청사 이전에 약 557억원, 신축 청사 건립에 약 1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외교부·국방부·법무부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나머지 13개 기관, 4469명은 법령 정비 이후 별도 이전계획을 마련한다.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이전계획을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