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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만 올라도 숨차요"…40세 이상 10명 중 1명 'COPD'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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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계단 몇 층만 올라도 숨이 차고 아침마다 가래 섞인 기침이 나온다.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기도가 서서히 좁아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신호일 수 있다. 40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앓을 만큼 흔한데도 이 병을 아는 사람은 100명 중 2명꼴에 불과하다.

COPD는 기도와 폐에 생긴 만성 염증으로 호흡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고, 독감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이 겹치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어 초겨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오는 18일 '세계 COPD의 날'을 앞두고 COPD의 원인과 증상, 관리법을 알아본다.

흡연이 최대 원인… 환자 4명 중 1명은 비흡연자

COPD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가 폐에 만성 염증을 일으켜 기관지가 점점 좁아지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폐포도 함께 파괴돼 숨이 쉽게 찬다. 염증이 오랜 기간 쌓여 생기는 병이어서 대부분 40대 이후 발병하며, 흡연 기간이 길고 양이 많을수록 위험이 커진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OPD 환자의 약 4분의 1은 담배를 피운 적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간접흡연, 대기오염, 요리·난방 때 나오는 연기, 직업상 노출되는 먼지와 화학물질도 원인이 된다. 조산이나 저체중으로 태어나 폐가 충분히 자라지 못했거나 어릴 때 결핵·백일해를 앓았어도 위험이 높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COPD 진료 환자는 2021년 19만2636명에서 지난해 21만8171명으로 13.3% 늘었다. 지난해 기준 70대가 8만3677명(38.4%)으로 가장 많았고 60대(27.0%), 80세 이상(26.5%)이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청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40세 이상 유병률은 10.4%, 70세 이상은 25.3%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하지만 복지부 조사에서 질병 인지도는 2.3%에 그쳤다. 환자 대부분이 자신이 COPD인 줄 모르고 지내는 셈이다.

대표 증상은 계단이나 비탈길을 오를 때 숨이 차고 기침과 함께 끈적한 가래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기도가 절반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증상이 가벼워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그사이 병이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촛불을 끄기 힘들 만큼 호흡량이 줄어든다.

기침, 숨참,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이 함께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천식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작되고 알레르기와 관련이 깊으며, 밤이나 원인 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반면 COPD는 주로 40세 이후 흡연자에게 나타나고, 이른 아침에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하며 좋아지지 않고 서서히 나빠진다.

폐렴 겹치면 위험… 폐기능검사·금연·백신이 핵심

COPD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급성 악화다. 숨이 갑자기 더 차고 가래가 늘거나 색이 짙어지며 쓰던 약이 잘 듣지 않으면 의심해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이다. 손상된 기도는 병원체를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져 감염에 약하고, 폐렴이 생기면 입원으로 이어지기 쉽다.

폐렴은 국가데이터처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서 국내 사망원인 3위, 80세 이상에서는 암에 이어 2위다. 질병관리청은 COPD를 폐렴구균 감염 위험이 높은 기저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COPD는 증상이 아주 심해지기 전까지 가슴 엑스레이가 정상에 가깝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영상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숨을 내쉬는 능력을 재는 폐기능검사가 필수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힘껏 내쉬었을 때 1초 동안 내쉰 공기량이 폐활량의 70% 미만이면 COPD로 진단한다.

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를 도입했다.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전문의 진료로 정확히 진단받아야 하며, 해당 나이가 아니어도 40대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

한번 손상된 기도와 폐 조직은 회복되지 않아 COPD는 완치가 어렵다. 치료는 증상을 줄이고 진행을 늦추며 급성 악화를 막는 데 목표를 둔다. 기본 치료인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는 좁아진 기도를 넓혀 숨쉬기를 편하게 하며, 먹는 약보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유리하다. 흡입기는 제품마다 사용법이 달라 처방받을 때 정확히 익혀야 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끊지 말고 꾸준히 써야 한다.

예방과 진행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이미 손상된 폐가 회복되지는 않지만 폐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외출을 삼가고, 청소할 때는 환기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는 것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예방접종도 챙겨야 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덜 걸리게 하고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65세 이상은 국가예방접종으로 1회 무료 접종할 수 있고, COPD 환자라면 65세 미만이라도 의료진과 상의해 맞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도 해마다 맞아야 한다. 독감은 그 자체로 폐렴을 일으키거나 이차 세균감염을 불러 폐렴으로 번지기도 한다.

최 교수는 "계단 몇 층에 숨이 차도 나이 탓으로 넘기다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한번 좁아진 기도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흡연 경험이 있다면 40세부터는 폐기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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