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레임덕'과 상관없이 기존 대외정책 계속 유지 유력 [美중간선거]
전문가들, 대중동 기조 바뀌지않을 것으로 봐
우크라에는 러시아와 종전 합의 압박 예상
새 의회, 관세 등 완화 가능성은 있어
대중국 기술 통제는 더 강화 예상
[파이낸셜뉴스]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의 다수당이 되면서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와 통상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인 중동 군사 개입과 고율 관세 정책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교 정책은 레임덕 대통령이 여전히 힘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런민대학교의 미국 정치 전문가인 댜오다밍 교수는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2년동안 레임덕이라 하더라도 행정명령 서명 등을 통해 의회를 피하면서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veto) 행사에 부딪히는 현실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전쟁 쉽게 끝나지 못할 수도
싱가포르 소재 컨설팅 업체 APAC 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오쿤 대표는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의회가 바뀌더라도 중동 전쟁과 관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볼거리는 될지는 몰라도 정책의 판을 흔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쿤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을 쉽게 끝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앞으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탄핵을 추진할지 모르나 전쟁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 작전 재개 가능성과 함께 협상을 통한 타결 또한 원하고 있음을 내비쳐왔다. 일각에서는 헤그세스 장관이 경질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민주당이 군사 작전 제한이나 전쟁 예산 감축을 추진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쿤 대표는 "국방장관 탄핵이나 청문회 개최 등 조사 수준에 그칠 뿐 전쟁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을 자신의 강점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종전에 합의를 하도록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일 두나라는 백악관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주선으로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계속해서 데탕트(화해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달 중국에서 3명의 정상이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 정책 연구원 라이언 하스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기타 서방 동맹국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온 기존의 축소 기조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심지어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정책 다음 대선까지 큰 변화 기대 못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약 90개국을 대상으로 10~5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해당 조치에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강제노동 방지를 명분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및 동남아 7개국 등 60여개 교역국에 10~12.5%의 관세를 즉각 재부과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연구원 스티븐 올슨은 무역 분야에서 의회가 완화 조치를 이끌어낼 희미한 가능성은 있다고 보았다. 의회 내 친무역 성향 공화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거나 민주당이 특정 품목 예외 조항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통상 정책의 큰 변화는 2028년 미 대선 이후에나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회 주도권 변화와 무관하게 대중국 기술 통제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 의회는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의 원격 접근을 규제하는 '원격 접근 안보법(RASA)', 첨단 인공지능(AI) 칩의 우회 유출을 막는 '반도체 지원법(CSA),' 우방국이 반도체 장비 통제를 미국 수준으로 맞추는 'MATCH 법안' 등을 준비 중이며 이는 여야 합의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의회의 견제로 입지가 줄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외교 정책에서 더욱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제이슬람대학의 제임스 길드 교수는 "그동안 민주당이 헌법적 견제 장치를 통해 트럼프를 효과적으로 통제해 온 기록이 저조하다"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