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식정류장 유지·교체 기로… 제주 BRT 현장 검증
정책자문단, 6개 주요 도로 점검
서광로 3.1㎞·섬식정류장 6곳 쟁점
도민 1000명 조사… 11월 말 권고안
위성곤 지사 폐지 원칙… 최종안 미정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국내 처음으로 섬식정류장을 도입한 제주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운영방식과 중단된 후속 사업을 놓고 현장 점검이 이뤄졌다. 정책자문단은 기존 정류장의 유지·변경 방안과 사업구간별 교통여건을 비교해 11월 말 개선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 BRT 정책자문단은 지난 3일 제주시 서광로 운영구간과 동광로·노형로 등 향후 사업구간을 방문해 도로 구조와 정류장 설치 여건, 교통 흐름을 점검했다.
현장점검은 연삼로에서 시작해 일주동로, 동광로, 서광로, 도령로, 노형로 순으로 진행됐다. 자문단은 먼저 2단계 사업구간인 연삼로와 일주동로의 도로 여건을 확인한 뒤 1단계 사업구간인 동광로를 거쳐 서광로로 이동했다.
서광로에서는 버스전용차로를 직접 주행하며 운영 상태를 살폈다.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인근 섬식정류장에서는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과 주변 도로환경을 점검했다.
이어 도령로와 노형로의 교통 흐름을 확인하고 섬식정류장과 상대식정류장의 설치 여건을 비교했다. 한라병원 인근에서도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이번 점검의 핵심은 이미 설치한 섬식정류장을 어떻게 처리하고, 중단된 후속 BRT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판단하는 데 있다.
BRT는 버스전용차로와 정류장, 신호체계 등을 개선해 버스의 통행속도와 정시성을 높이는 대중교통체계다. 제주형 BRT는 도로 중앙에 양방향 버스가 함께 이용하는 섬식정류장과 차량 양쪽에 출입문이 있는 양문형버스를 결합한 방식으로 추진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5월 9일 제주시 서광로 3.1㎞ 구간에 섬식정류장 6곳을 개통했다. 그러나 기존 정류장 9곳이 폐지되고 버스 노선에 따라 승하차 장소가 달라지면서 정류장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다.
도로 중앙 정류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보행 동선과 차량 통행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후속 구간 공사는 중단됐으며, 제주도는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의 추가 도입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현재 검토되는 서광로 개선방안은 기존 섬식정류장 유지, 상대식정류장 전환, 도로변 정류장 전환 등이다. 상대식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진행 방향별 승강장을 따로 설치하는 방식이다. 도로변 정류장은 일반 버스정류장처럼 도로 오른쪽에서 승하차한다.
각 방식은 정류장 접근성과 도로 공간 활용, 버스 운행 효율, 시설 변경 비용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시설을 유지하면 추가 공사비를 줄일 수 있지만 이용 불편이 남을 수 있다. 정류장을 변경하면 승하차 방식이 달라지는 대신 시설 재설치 비용과 기존 투자시설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정책 결정의 책임은 제주도에 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섬식정류장 폐지를 기본 원칙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자문단의 권고와 도민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정책 판단을 위해 지난 10월 30일부터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대중교통 이용자 450명, 비이용자 450명, 서광로 주변 상가 등 이해관계자 100명이다.
설문에서는 BRT 추진 필요성과 버스전용차로 운영방식, 서광로 정류장 개선방안 등을 묻는다. 다만 조사 문항의 중립성과 표본 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어 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정책에 반영할지가 쟁점이다.
위 지사는 지난 2일 월간정책회의에서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양 행정시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도록 지시했다. 버스체계 전반의 개선 일정도 앞당겨 내년 3~4월께 실질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정책자문단은 이번 현장점검 결과와 설문조사, 지역 관계자 면담 내용 등을 종합해 11월 말 최종 권고안을 마련한다. 제주도는 권고안에 제시된 대안별 장단점과 영향을 검토해 개선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존 시설을 유지할지, 다른 정류장 방식으로 전환할지에 따라 추가 재정 부담과 버스 이용자의 이동 동선, 향후 BRT 사업 추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장점검 결과와 교통자료, 도민 의견을 정책 결정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남은 과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