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25%만 내고 입주' 공공 지분적립형 아파트…실수요자 단비될까
20년에 걸쳐 75% 지분 나눠 매입
"청년들에게 도움될 것" 업계 환영
다만 지분금 환수 등 문제 여전
[파이낸셜뉴스] 분양가의 4분의 1만 내고 공공분양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아파트가 올해 첫 선을 보인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수원 광교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양 창릉이 12월에 분양을 시작한다. 정부가 공공의 지분적립형 아파트를 두고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업계에서도 실질적 공급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는 오는 12월 고양 창릉의 지분적립형 공공 아파트를 분양한다. S-2BL 구역 1027가구 중 284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지분적립형은 목돈 없이 집을 분양받아 지분을 나눠 사는 제도다. 계약 때 분양가의 10%, 입주 때 15%를 내 지분 25%를 확보한다. 남은 75%는 4~5년마다 15~20%씩 나눠 사들인다. 추가 지분 가격은 최초 분양가에 기간이자를 더한 금액에 취득 비율을 곱해 정한다. 집값이 올라도 추가 지분 가격은 시세와 무관하게 정해지는 셈이다. 회차마다 지분을 반드시 사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우면 최대 1년까지 미룰 수 있다. 유예 기간에도 사지 못하면 사업자가 되사거나 전매하게 된다. 아직 사들이지 않은 지분에는 사업자에게 임대료를 낸다.
목돈을 모으지 못한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에게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 공공분양주택 평균 분양가(전용 55㎡ 기준 5억1000만원)를 적용하면 첫 지분 취득에 1억2800만원이 든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대출로 이 금액의 40%를 마련하면 자기자금은 77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지분적립형 아파트가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목돈이 부족한 분들에게는 큰 장점"이라며 "사실상의 대출규제 완화라고 해도 혜택이 주로 주무택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이번 조치를 서민정책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에 막혀 청약을 포기했던 수요가 실제로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초기 자금 장벽을 낮춘 효과가 분명한 만큼, 청년층의 실효성 있는 선택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차마다 돌아오는 지분 매입 의무를 두고는 우려도 나온다. 매입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가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예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당장 임대료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서 모두가 그만큼 돈을 착실하게 모으는 것은 아니다"라며 "1년의 유예 기간이 설정됐는데 엄격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수년마다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 의무와 전매제한 10년에 따른 환금성 제약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입주 이후 부담은 만만치 않다. 본지가 기간이자와 임대료율을 각각 연 2.5%로 가정해 광교 지분적립형(분양가 6억3000만원 기준)을 추산한 결과, 입주 때까지 1억5750만원을 낸 뒤 5년마다 1억4000만~1억8000만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로 사야 한다. 다음 회차 매입 자금을 미리 모으려면 임대료를 포함해 매달 33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20년간 총부담은 약 9억4000만원이다. 같은 가격의 아파트를 분양가의 70%를 대출(30년, 연 4%)받아 일반분양으로 산다면 월 원리금은 약 211만원, 자기자금을 포함한 30년 총부담은 약 9억4700만원이다. 초기 목돈 부담은 줄지만 월 부담은 오히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