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28년 만에 美서 추방된 40대, 병역법 위반으로 법정 섰지만...[사건실화]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1997년 학업 위해 출국…28년간 귀국 기록없어 강제추방 후 병역법 위반 기소 法 "처벌 회피 목적 증거 부족"

기사 이해를 돕기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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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997년 7월, 당시 13세였던 A씨는 부모의 결정에 따라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2005~2006년에는 부모와 동생도 미국으로 이주했다. 가족들은 현지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했고, A씨 역시 미국에 생활 터전을 마련했다.

그렇게 28년이 흘렀다. 미국으로 떠난 13세 소년은 40대가 됐고, 그동안 한국 땅을 한 번도 밟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A씨는 미국에서의 강제추방으로 한국행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A씨는 병역법 위반 문제에 직면했다. 25세가 되는 해인 2009년 1월 15일까지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나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A씨가 정해진 기한까지 허가받지 않은 채 해외에 머문 행위를 병역법 위반으로 보고 지난 4월 재판에 넘겼다. 허가를 받아야 했던 시점으로부터 약 17년이 지난 뒤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9형사단독(김민정 판사)은 지난 8월 2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면소를 선고했다.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한 것이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공소시효가 진행됐는지였다. 형사소송법은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한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우선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은 병역법 위반죄는 정해진 허가 기한이 지나면 범행이 종료되는 '즉시범'이라고 판단했다. 이후에도 해외에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 범행이 계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씨의 공소시효는 허가 기한 다음 날인 2009년 1월 16일부터 진행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어린 나이에 부모의 결정으로 출국했고, 이후 가족들도 미국으로 이주해 생활 기반을 마련한 점을 고려했다
A씨나 가족들이 병역 관련 문서를 받거나 국외여행허가 신청 의무를 안내받았다고 볼 자료도 없었다. 병역법 위반에 따른 수사나 처벌 가능성을 통보받았다는 증거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A씨가 형사처벌을 피하기보다 미국에서 생활을 이어가려 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미국 체류기간에도 공소시효가 계속 진행돼, 검찰이 기소하기 약 12년 전인 2014년 1월 16일께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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