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미뤄진 아시안컵 축구... '모레노 체제' 변화 불가피
이달 계약만료… 연장할 명분 잃어
축구협회 새 지도부로 '공' 넘길 듯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 인선 시계마저 멈춰 세웠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정이 약 1년 연기되면서, 대한축구협회(KFA)의 국가대표팀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이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3일 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당초 내년 1월 5일 개막 예정이던 아시안컵이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내년 12월로 전격 미뤄졌다. 대회가 1년 가까이 연기됨에 따라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 중인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인선 구상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협회는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명보 전 감독의 후임으로 스페인 출신의 모레노 감독(사진)을 임시 사령탑에 앉혔다. 9~10월 4경기와 11월 2경기 등 총 6번의 A매치를 지휘하는 조건이다. 당초 협회는 11월 27일 계약이 만료되는 모레노 감독의 성과를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평가한 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연기로 이 같은 단기 연장 카드는 명분을 잃었다. 무엇보다 현재 축구협회의 거버넌스 공백이 결정적이다. 지난 7일 정몽규 전 회장의 사임 이후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비상 운영 중인 협회는 오는 12월 18일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수장이 없는 현 집행부로서는 당장 A매치 일정이 없는 내년 초 대표팀을 이끌 정식 사령탑을 섣불리 확정하기 부담스러운 구조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현재 집행부에서 모레노 감독을 정식 사령탑으로 확정하거나 새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표팀 사령탑 선임 등 굵직한 결정은 12월 선거 이후 구성될 새 집행부로 넘기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다만, 차기 집행부가 꾸려질 때까지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완전히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협회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가 정식 선임 절차를 밟기 전까지 모레노 감독의 임시 사령탑 지위를 당분간 연장하는 임시방편도 거론되고 있다. 아시안컵 연기라는 외부 악재와 수장 공백이라는 내부 위기가 맞물리며 한국 축구의 표류가 길어지고 있다.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