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땐 이익 2배 과징금"… 정부, 물가안정 실효성 높인다 [물가안정법 개정 속도]
고물가 장기화로 수급 불안 차단
부당이익 없어도 최대 40억 부과
신고포상금제 도입… 단속도 고삐
"관세 등 가격 결정 구조 개선 필요"
정부가 물가안정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재기로 시장의 공급불안을 키운 사업자에게 부당이익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수급불안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물가안정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안이 아닌 의원 입법 방식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입법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 입법보다 절차가 빠른 의원 입법 방식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최대 2배 부과
개정안의 핵심은 매점매석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를 신설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을 초과해 물품을 판매한 사업자에게만 부과할 수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매점매석을 하거나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위반한 사업자까지 과징금 부과대상에 포함했다. 물품을 사재기하거나 정부의 공급·판매 조치를 따르지 않아 시장 수급을 교란한 사업자에게 경제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과징금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점매석으로 1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면 최대 20억원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구조다. 부당이익이 없거나 정확한 규모를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최대 4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매점매석이나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사실을 신고·제보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자료를 제출한 사람이 대상이다. 정부는 포상금 지급을 위해 내년 예산에 313억원을 편성했다.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근거도 마련한다. 매점매석 등 위반행위의 중단과 사재기 물품의 시장 공급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거부·방해·기피에 대한 과태료 상한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보고·자료 제출 의무 위반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인다.
■반년째 3% 안팎 물가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은 고물가 상황에서 시장의 수급불안을 키우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 자체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공급불안을 틈탄 매점매석이나 인위적 판매제한으로 가격 상승이 확대되는 상황은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 물가 부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해 1~10월 소비자물가 누계 상승률은 2.7%로 정부의 연간 전망치(2.6%)를 웃돌았다. 지난 5~6월에는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르며 석유류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가공식품과 외식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물가 부담까지 커지면 소비 회복과 민생 안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법 개정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집행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매점매석 행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위반으로 얻은 이익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따라 과징금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반행위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사재기한 물품을 실제 시장에 공급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재 강화와 함께 가격결정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정책 선임연구위원은 "물가를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구조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식품의 경우 높은 관세를 낮추고, 에너지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찬미 서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