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에 입힌 색, 캔버스에 담은 자연…김윤신 '새로운 연속' [fn 아트스냅]
리만머핀 서울서 12월 24일까지
아르헨티나 시절 유화 등 작품 35점
알루미늄에 색 입힌 '노래하는 나무'
신작 '영혼의 빛 2026-35' 첫선
초록 잎맥을 닮은 선과 붉은 줄무늬, 촘촘한 점무늬가 하나의 입체에 모였다. 한 걸음씩 옮기면 보이는 그림도 달라진다. 조각의 각 면을 캔버스로 삼은 김윤신의 '회화 조각'이다.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이 5일부터 12월 24일까지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 '새로운 연속(In the Continuum)'을 연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에서 약 40년간 활동한 작가가 귀국 후 이곳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두 층에 걸쳐 회화와 조각 35점을 선보인다.
■목조각에서 태어난 '회화 조각'
1층에 놓인 높이 154㎝의 '노래하는 나무 1984-11U1(Tree Full of Songs 1984-11U1)'은 기존 목조각을 본떠 2025년 알루미늄으로 주조한 작품이다.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표면에도 나뭇결과 깎아낸 흔적이 드러난다. 같은 연작 가운데 청동에 색을 입힌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회화 조각은 코로나19 팬데믹 무렵 시작한 작업이다. 김 작가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목조각을 야외에 오래 두기 어려웠던 점을 금속 주조의 계기로 꼽았다. 금속 표면에 그림을 그려 같은 무늬가 조각의 형태에 따라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실험했다며 '회화 조각'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귀국 후에는 다루는 나무가 달라지면서 손질 방식도 바뀌었다. 김 작가에 따르면 남미에서 쓰던 나무는 전기톱이 튕길 만큼 단단했지만 한 번 자르고 나면 단면이 매끈했다. 한국에서 다루는 나무는 상대적으로 무른 대신 톱 자국이 남아 표면을 갈아내는 데 손이 더 간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영혼의 빛 2026-35(Grace in the Glow 2026-35)'도 1층에 걸렸다. 기하학적으로 나뉜 화면에 씨앗과 꽃, 물결을 닮은 형태가 어우러진다. 김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쌓고 긁어내며 화면을 만든다. 파리 유학 시절 배운 석판화에서 착안해 물감을 찍어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같은 형태를 반복해 찍어도 그때마다 색감과 표정이 달라진다.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펼친 캔버스
2층은 '환희(Jubilance)'와 '원초적 생명력(Primal Vitality)', '내 영혼의 노래(Song of My Soul)' 등 아르헨티나 시절 유화 14점으로 꾸몄다. '환희'와 '원초적 생명력'은 남미의 광활한 자연에서 얻은 인상을 씨앗을 닮은 형태로 풀어낸다. 이런 형태는 20여년 뒤 그린 1층 신작에도 나타난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김윤신은 현지 나무에 매료돼 10년 넘게 조각에 집중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작가는 1998년 현지 미술학원 한쪽에 그림을 펼쳐놓을 공간을 얻으면서 회화를 다시 시작했다. 2층의 '무제 1999-6(Untitled 1999-6)'은 그 무렵에 그린 작품이다.
조각에서 발전시킨 작업 방식은 회화에도 이어졌다. 전시에 나온 1990년대 목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Add Two Add One, Divide Two Divide One)' 연작 두 점은 김윤신이 음양사상에서 가져온 더하기와 나누기의 원리를 보여준다. 나무의 겉을 깎아 안쪽을 드러내듯, 캔버스에서도 색을 더한 뒤 일부를 긁어내 화면을 나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