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초과 눈앞인데…적응재원 3배 늘려도 필요액 29% [UNEP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적응재원 확대 속도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가 2035년까지 적응재원을 3배로 확대하더라도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재원의 최대 29%밖에 충당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5일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6 적응격차보고서(Adaptation Gap Report 2026)'에 따르면 개도국 155개국의 향후 10년간 기후적응 재원 수요는 연간 2550억~3280억달러로 추산됐다.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국가적응계획(NAP), 모형 분석을 종합하면 2035년 필요한 재원은 연간 약 3050억달러에 달한다. 민간 부문의 적응 수요까지 포함할 경우 필요액은 거의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흘러간 국제 공공 적응재원은 2024년 282억~317억달러에 그쳤다. 전년보다 늘어난 금액은 10억달러에 불과했다. 2019년 대비 적응재원을 두 배로 늘려 2025년 약 400억달러를 공급하기로 한 글래스고 기후합의 목표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2035년까지 적응재원을 최소 3배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이를 달성할 경우 국제 적응재원은 연간 850억~12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2035년 적응재원 수요는 약 4200억달러로 불어나 필요한 금액의 20~29%만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UNEP는 분석했다.
특히 최빈개도국(LDC)과 군소도서개도국(SIDS)의 부담이 크다. 이들 국가의 적응재원 수요는 국내총생산(GDP)의 3~4%에 달해 중상위 소득 개도국보다 상대적 부담이 두 배가량 높았다.
UNEP는 돈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 부족도 적응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책 체계와 중앙·지방정부 간 조정, 이해관계자 참여, 성과 평가와 재원 배분 체계 등이 갖춰져야 실제 적응사업의 집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재난에 따른 '손실과 피해'도 커지고 있다. 2020~2025년 홍수와 산사태 피해자로 집계된 7억6500만명 가운데 99%가 중·저소득 국가에 집중됐다. 손실과 피해 대응기금의 첫 지원에서 119개 개도국이 총 28억달러를 요청했지만 가용재원은 3억4200만달러에 그쳤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세계는 현재의 기후조건에도 제대로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1.5℃ 초과가 가져올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며 "COP31과 그 이후에는 2035년까지 적응재원을 3배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