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패에 日 긴장…'일본 패싱'·방위비 압박 경계 [美중간선거]
북핵·납치 문제 밀리고 대중 억제 흔들릴까 우려
방위비·주둔경비 협상 부담…관세 철폐도 불투명
다카이치 첫 방중 앞두고 트럼프와 사전 조율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참패하자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회의 견제가 강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서두르다 일본을 배제한 채 중국·러시아·북한과 거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방위비와 주일미군 주둔경비 부담을 늘리라는 압박도 경계하며 미국과의 소통을 서두르고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2년여 임기 동안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 예산과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는 반면 외교에서는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총리 관저 간부를 인용해 "의회가 움직이지 않게 되면 외교·안보 같은 다른 분야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NHK도 정권 간부가 "일본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주시하는 것은 이달 중순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의 정상외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러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담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일본인 납치와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 개선을 우선하면 이들 현안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일본을 배제한 채 거래가 이뤄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도 일본에는 부담이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토대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방위태세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요미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 중국의 위압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 역시 "중국·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한 일본으로서는 미·중·러의 접근이 편치 않다"는 외무성 간부의 반응을 전했다.
미국의 중동 개입도 걱정거리다. 아사히는 "이란 공격으로 미군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겼다"고 짚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관여가 약해지는 상황도 경계하고 있다.
동맹국을 향한 비용 부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는 총리 관저 간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돈을 받아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강화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일본은 연내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방위비 지출을 요구해왔다.
반면 일본은 향후 5년간 '3.5%' 달성 목표를 문서에 명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미국의 이해를 구하려 하고 있다. 2027회계연도부터 적용할 주일미군 주둔경비 분담도 연내 합의를 목표로 협의 중이다.
관세 부담이 줄어들지도 불투명하다. 요미우리는 "민주당이 관세 철폐 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패배만으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누그러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일 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요미우리는 "그럴수록 일본의 생각을 미국에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달 중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방중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NHK도 "다카이치 총리가 국제회의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려 한다"고 전했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전날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미일동맹이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기축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과 외교 당국을 비롯해 모든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