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특허"...공공硏 기술이전율 30%선 무너졌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日·中 사례 비교분석… "개방특허 정책 재설계 필요"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와 특허 출원 수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이 기업으로 넘어가는 기술이전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를 새로 만드는 '창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잠자고 있는 특허를 필요한 중소기업에 연결해 주는 '이전·활용' 중심의 개방특허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IP포커스(특허활용 강화를 위한 개방특허정책 추진방안-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중심으로)'를 펴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내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은 28.9%에 그치며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0%선 이하로 떨어졌다. 누적 보유 기술 중 유효한 이전계약으로 운용되는 비율을 뜻하는 '기술운용률' 역시 9.6%에 불과했다. 공공부문 기술이전계약 중 49.4%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국내 대표 개방특허 사업인 '기술나눔'의 한계를 짚었다. 현재 기술나눔은 연 1~2회 일회성 공고로 진행되며 무상양도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공고 기간이 지나면 목록에 접근할 수 없고 기술 대가 산정의 선례도 쌓이지 않는다. 더욱이 권리 이전으로 지원이 끝나 추가 기술개발이나 인증·판로 개척 등 후속 부담은 전적으로 중소기업이 져야 한다.
기술나눔은 해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포스코그룹이 산업통상부와 함께 서울 양재동에서 기술나눔 행사를 열어 모두 112건의 특허를 중소·중견기업에 무상으로 이전했다. 포스코그룹이 2017년부터 이전한 특허는 누적 926건에 이른다. 산업통상부는 이후에도 7월 삼성전자, 9월 에너지공기업 등으로 나눠 개별 공고를 냈고, 신청은 국가기술은행 시스템에서 받았다. 보고서의 지적대로 제공기관별·시기별 공고에 따라 개방 목록이 달라지는 구조가 현재 사업의 틀이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고서는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조명했다.
일본은 지난 2010년 국가 주도의 특허유통 어드바이저 사업을 중단하고 플랫폼(DB) 중심으로 전환하자 개방특허 등록건수가 47%나 급감했다. 플랫폼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함을 확인한 일본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전환했다. 대표적으로 가와사키시는 2007년부터 전담 코디네이터가 기업 매칭부터 계약 교섭, 제품화, 자금 및 판로 개척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가와사키 모델'을 운영해 높은 제품화 성공률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제품화 성공률은 총 30건 중 20건에 이른다.
중국은 2021년 개정 특허법을 통해 '개방허가(開放許可)' 제도를 전격 법제화했다. 특허권자가 실시료를 미리 공시하면 누구나 이를 지급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연차료 감면 혜택을 주었다. 그 결과 2022년 5월 시범사업 이후 2023년 말까지 1만7000건 이상의 허락이 성사됐다. 중국 역시 법제화와 더불어 전담 인력의 중개·추천을 병행하고 있다.
지식재산연구원은 국내 특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차료 감면 등 개방 유인 제공 △공공부문 특허 일괄 점검 △단일 상시 개방 목록 창구 운영 △지역 거점 중개 전문인력 배치 △표준계약서 및 기술료 데이터 공개 △사업화 연계 지원 △단계별 성과지표 관리 등 7대 과제를 제시했다.
전성태 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특허 창출 역량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생성된 특허가 필요한 기업에 닿는 통로는 여전히 좁다"면서 "상시 목록, 중개 인력, 데이터, 사업화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원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