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한국, 대학입시 자체 바꿔야 미래 인재 키운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
한-OECD 국제세미나서 입시 개편 제언
높은 학업 성취도에도 미래 역량 부족
AI 시대 비판적 사고·자기 주도성 강조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기술국장이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OECD 국제세미나' 행사장 연단에 미소를 지으며 들어서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기술국장이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OECD 국제세미나' 행사장 연단에 미소를 지으며 들어서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유지하면서도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을 넘어 대학입시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OECD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 교육의 성공을 이끌어온 대입 시험이 과거 지식 평가에 머물며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과 미래 역량 강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기술국장은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OECD 국제세미나' 기조연설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국 교육의 현주소와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의 대입 시험이 교육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각인시키고 가정 배경과 관계없이 공정한 기준을 제공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업 성취에만 과도하게 치중된 구조가 학생들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이나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교육과정과 대입 시험이 충돌할 경우 결국 대입 시험이 우위를 점하는 한국의 현실을 짚었다. 슐라이허 국장은 "교육과정만 바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정한 해법은 한국 사회와 노동 시장이 미래에 필요로 하는 역량을 평가할 수 있도록 대입 시험 자체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난 30년간 한국 교육이 거둔 성과와 함께 한계점도 동시에 제시됐다. 프란티세크 루지치카 OECD 사무차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 경제활동 인구의 58%가 고등교육을 이수했고, 25~34세 청년층 중 중등교육 미이수 비율은 1%에 불과해 OECD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의 23%가 수학 최상위 성취도를 기록해 OECD 평균인 8%를 3배 이상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교사 미충원 공석이나 자격 미달 교사가 없고, 교사 이직률도 1.9%로 OECD 평균인 6.4%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정작 뛰어난 성적이 미래 진로 선택이나 삶의 주도성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역설도 드러났다. 슐라이허 국장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 최상위 성취 학생 가운데 향후 과학 관련 직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54%에 그쳤다. 성적은 높지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영감이 부족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AI 시대에 필수적인 정보 검증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 체계 전환도 주문됐다. 슐라이허 국장은 PISA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성적이 가장 높은 학생들은 기기 사용 시간이 긴 학생들이 아니라 100페이지 이상의 종이책을 읽은 학생들이었다"고 밝혔다. 복잡한 개념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검증하는 독서 경험이 AI 리터러시의 근간이라는 설명이다.

기술 발전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은 인간적 교감에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슐라이허 국장은 "정답만 제시하는 AI 도구는 오히려 인지적 사고를 저해할 수 있다"며, "학생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교사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부모의 인격적 교류"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이난영 교육부 국제교육기획관은 장관 대독 개회사를 통해 "교육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중요한 원동력으로서 지방교육 혁신 생태계 구축과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교육 등 다방면으로 교육 개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AI 발전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교육 개혁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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