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비는 정말 탈모를 일으킬까? [김진오의 탈모탈출]
[파이낸셜뉴스]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비를 맞는 것이 탈모를 일으킨다는 임상 근거는 없다. 우산 없이 잠깐 비를 맞았다고 모근이 손상됐거나 탈모가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머리숱이 줄어드는 사람이라면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일 수 있다. 비를 맞은 뒤 머리를 감다가 빠진 머리카락이 눈에 띄더라도, 그날의 빗물 때문에 빠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선 '산성'이라는 말을 너무 위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사람의 피부 표면도 원래 약산성이다. 중성인 물의 pH는 7, 건강한 피부 표면은 대체로 pH 5 안팎이다. 약산성 환경은 피부장벽과 정상적인 미생물 환경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산성이라는 성질 자체가 피부에 해로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산성비와 피부의 산도가 비슷하다고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성분과 농도, 두피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사람은 내리는 비에 온전히 노출된 숲이나 호수가 아니다. 그저 '잠시' 비를 맞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맞는 산성비를 강한 산성 약품처럼 생각할 이유는 없다. 미국 환경보호청도 산성비를 맞는 것이 일반적인 비를 맞는 것보다 인체에 더 위험하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피부장벽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피부 가장 바깥의 각질층에는 각질세포가 여러 겹으로 쌓여 있고, 그 사이를 지방 성분이 촘촘하게 채운다. 덕분에 많은 외부 물질이 피부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 바르는 약을 만들 때조차 약효 성분이 피부를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정도다. 성분의 크기와 성질에 따라 통과하는 정도가 달라지므로, 피부에 바르기만 하면 원하는 만큼 안쪽까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피부장벽이 온전한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물론 사람의 모낭과 모낭 세포에 미세먼지를 직접 노출한 실험에서는 염증 반응과 세포 손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피부에서 분리한 세포에 오염물질이 직접 닿는 상황과, 온전한 피부장벽이 있는 두피에 빗물이 닿는 상황은 다르다. 두피에 묻은 오염물질이 같은 양으로 모낭 세포까지 곧바로 전달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사람의 피부 조직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테이프로 각질층을 반복해서 제거했고, 각질층을 더 많이 벗겨낼수록 미세먼지가 더 많이, 더 깊이 침투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피부장벽이 평소 상당한 보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두피를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된 배양 세포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만 빗물에는 먼지나 대기오염물질이 섞일 수 있고, 젖은 두피환경은 곰팡이균이 늘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가능하면 우산을 쓰고, 상황에 따라 비를 막아줄 수 있는 모자로 머리를 가리는 편이 좋다.
이미 비를 맞았다면 평소처럼 관리하면 된다. 많이 젖었거나 먼지와 땀이 묻어 찝찝하다면 귀가한 뒤 평소 쓰는 샴푸로 씻고 부드럽게 말리면 된다. 수건으로 물기를 가볍게 닦고,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한곳에 오래 쐬지 않는 정도면 된다. 비를 조금 맞았다고 곧바로 머리를 감으러 가거나, 빗물을 없애겠다며 두피를 여러 번 세게 문지를 필요는 없다.
탈모를 관리한다고 해서 두피에 닿는 모든 것을 걱정하며 지낼 필요는 없다. 비를 피할 수 있을 때 우산이나 모자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