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심의 보류에 오세훈 "행정의 탈 쓴 몽니"
국가유산청에 법적 근거·심의 기준 제시 요구
250억원대 소송 거론…"18일 심의도 보류하면 소송 증거"
[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매장유산 심의가 반복적으로 보류되자 국가유산청을 향해 "행정의 탈을 쓴 몽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25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까지 거론하며 오는 18일 예정된 심의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오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그는 '국가유산의 가장 큰 적이 국가유산청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가유산청의 심의 방식과 법적 근거에 문제를 제기했다. 오 시장이 문제 삼은 것은 잇따른 심의 보류다. 세운4구역은 지난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2년이 지나도록 착공하지 못했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를 연속 보류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주장이다.
심의 과정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달라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업계획 변경 확정을 기다려야 한다던 국가유산청이 이후 현지조사를 요구했고, 조사가 끝난 뒤에는 유적을 제자리에 남겨야 한다는 원위치 보존 원칙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종묘와 남산을 녹지로 연결하는 정비사업의 취지를 강조하면서도 국가유산청이 종묘 경관 훼손 가능성을 내세워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지구 밖에 있는데도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하고 사업 인가 취소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법적 근거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이 지난 1월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국내법에 따라 평가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를 두고 "지금까지 법적 근거도 기준도 없이 주민들을 묶어왔다는 자백"이라며 "사안이 터진 뒤에야 서둘러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을 몽둥이 삼아 주민들을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업 장기화에 따른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도 부각했다. 오 시장은 "주민들은 이미 상당한 비용과 시간 소요로 국가 상대 25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며 "오는 18일 다섯 번째 심의마저 보류한다면 그 결정은 곧 소송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정비를 둘러싼 행정적 충돌은 이어져 왔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월 26일 세운4구역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도로와 배수 체계 등 중요한 매장유산이 확인됐다며 보존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발굴조사는 2022년 5월 허가를 받아 시작됐으며, 당시 국가유산청은 보존방안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발굴조사가 법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6일에는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종로구에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평가 결과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후 종로구는 6월 18일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인가했고, 해당 내용은 19일 고시됐다.
국가유산청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세계유산영향평가가 개발을 중단시키려는 규제가 아니라 유산 보호와 개발사업의 공존 방안을 찾기 위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세계유산협약 준수와 국내 법률 이행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양측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적용 범위와 매장유산 보존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오는 18일 심의 결과가 향후 사업 일정의 변수로 떠올랐다. 심의에서 어떤 보존방안이 결정되느냐에 따라 설계와 공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 시장은 문화유산 보호를 명분으로 주민들의 삶을 제약하는 현상을 뜻하는 '유네스코사이드'를 언급하며 국가유산청의 행정 방식이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까지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안승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