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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중식 대가 후덕죽… "주방을 지키는 게 요리사의 기본" [책을 읽읍시다]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첫 에세이 '기본에 대하여' 출간
"반복이 실력 만들어" 근성 강조

후덕죽 셰프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본에 대하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후덕죽 셰프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본에 대하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기본에 충실하다면 어떤 일이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성과를 빨리 내야 하는 일터에서 실력을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경력이 늘수록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과 동료를 이끄는 일 사이의 균형도 고민하게 된다. 58년간 주방을 지킨 후덕죽 셰프의 첫 에세이 '기본에 대하여'(문학동네)는 일하는 이들이 마주하는 이런 물음들을 짚는다. 책은 근성·방향성·호기심·사람을 네 축으로 삼아 현장에서 체득한 원칙을 풀어낸다.

■기본을 지키며 쌓아가는 실력과 신뢰

1968년 UN센터호텔에서 요리를 시작한 그는 1994년 요리사 출신으로는 처음 호텔신라 임원에 올랐다. 지금도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중식당 '호빈'의 총괄 셰프로 현장을 지킨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에서는 후배를 배려하는 태도로 주목받았다.

처음 빵을 굽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밀가루 반죽이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던 모습이 신기했다며, 일이 힘들 때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초심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근성은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하며 기술을 몸에 익히는 힘이다. 그는 "도구와 사람이 오랜 시간 서로를 길들이며 마침내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한 빠른 길이란 없다"고 썼다. 반복이 실력을 만든다는 뜻이다.

기본은 직급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일의 기준이다. 호텔신라 상무 시절 오전 임원회의 참석중이어도 점심 영업시간이 다가오면 그는 주방으로 향했다. 손님을 맞는 일이 자신의 본분이라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동료 임원들도 차츰 그 뜻을 이해하고 배려했다.

미쉐린 평가를 의식해 음식 스타일을 바꿀지 고민했을 때도 판단 기준은 손님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의 음식을 먹어온 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고 보고 기존의 요리 방향을 지켰다.

지금도 그의 배움은 계속된다. 해외 요리사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맛을 배우고, 낯선 것을 경험해야 젊은 후배들과 나란히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긴다. 그는 "속도는 효율을 높여주지만 기본을 대신하진 않는다"고 강조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힘 역시 기초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58년 중식 대가 후덕죽… "주방을 지키는 게 요리사의 기본" [책을 읽읍시다]

■후배와 함께하는 성장은 리더의 책임

주방을 이끄는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관심은 개인의 기술에서 조직의 성과로 넓어졌다. 좋은 요리를 계속하려면 조직이 성과를 내야 하고, 동료들과 오래 일하려면 결과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후배에게 필요한 쓴소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중심에는 리더의 책임이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과감히 해내도록 하되 최종 책임은 리더가 진다는 원칙이다. 그는 책에서 "'책임'은 리더인 내가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들려준 실습생 이야기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두 달간 궂은일을 해온 학생이 마지막 날 인사를 하러 오자, 먹고 싶다는 양장피를 손수 만들어줬다. 그는 훗날 이 일을 기억한 학생의 글을 보고 오히려 감동했다고 돌아봤다. 후배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은 그렇게 한 끼의 음식으로 전해졌다.

중식에서 주방장을 뜻하는 '사부'는 삶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나는 선배가 되어가는 중"이라며 "선배라는 권위는 후배가 만들어주는 것이기에 계속해서 선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고 적었다. 자신의 기술과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후배에게 전하는 것이 그가 품은 두번째 꿈이다. 책이 말하는 기본은 내 일을 잘하는 힘을 쌓고, 그 일을 함께 이어갈 사람을 키우는 태도다. 296쪽, 2만2000원.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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