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파고든 AI… 책임 관리가 성패 가른다" [제19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
핵심 의사결정까지 AI가 지원
소비자 피해·보험 손실 위험도
위기 아닌 성장의 기회 되려면
보험사, 위험 통제 능력 갖춰야
성장과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보험금 심사·지급부터 상품 추천, 고객상담까지 보험산업 전반을 바꾸면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회와 새로운 책임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AI가 보험사의 핵심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소비자 피해나 보험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AI 도입 경쟁을 넘어 기술의 판단을 검증하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보험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5일 파이낸셜뉴스와 보험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제19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에서 국내외 보험 전문가들은 AI가 보험산업의 업무 방식뿐 아니라 위험관리와 고객 관계의 틀까지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AI를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보다 기술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책임 있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루오 지아 제네바협회 중국 담당 대표는 "탄탄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 AI 활용 확대의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AI 활용 범위와 권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관리할 조직과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AI 리스크는 개별 기업의 통제 범위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까다롭다. AI 모델이나 클라우드 등 핵심 인프라에 장애가 발생하면 동일한 기술에 의존하는 여러 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개별 계약 중심의 전통적 위험평가만으로는 전체 손실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프랭크 슈미트 젠리 수석고문은 AI 확산에 따라 보험사들이 기존과 다른 위험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기술의 활용구조와 기업 간 공통 의존성, 잠재적인 손실발생 경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 보호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 실장은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의사결정의 왜곡을 막고, 잘못된 결정을 되돌릴 기회를 제공하는 기존 소비자 보호 원칙이 사람이 빠진 상황에서도 AI를 통해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럽 라오타마타스 AIA그룹 고객·디지털 마케팅 총괄도 "AI 기반 맞춤형 상품 추천 과정에서 소비자가 의사결정의 근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험산업의 AI 전환은 기술 도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가 내놓는 판단을 검증할 데이터와 내부통제 체계, 소비자가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금융당국도 AI 활용 확대에 맞춰 감독과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이권홍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은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라기보다 인간의 판단을 돕는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인 것이다.
특별취재팀
[email protected] 홍예지 조은효 김태일 박문수 서지윤 이현정 임상혁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