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TV에서 AI까지…국립현대미술관 '기술의 노스탤지어' 개막
청주관서 국내외 작가 23명·26점 선봬
브라운관 TV·비디오에서 생성형 AI까지
내년 3월 14일까지…60여년 흐름 조명
[파이낸셜뉴스] 브라운관 TV의 한 줄기 빛부터 스스로 먹이를 찾는 인공지능(AI) 거북이까지 뉴미디어 아트 60여년의 흐름을 살피는 전시가 열린다. 기술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과 관람자의 감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돌아본다.
6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뉴미디어 소장품 특별전 '기술의 노스탤지어'가 이날 충북 청주관에서 개막한다. 내년 3월 14일까지 백남준·박현기·김수자·이안 쳉·호 추 니엔 등 국내외 작가 23명의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TV와 비디오가 바꾼 감각
전시는 '전자회로와 브라운관 TV' '비디오의 물질성' '디지털 전환' '생성형 예술'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기의 작동 방식이 작품의 형태와 관람 경험에 미친 변화를 짚는다.
백남준의 'TV를 위한 선(Zen for TV)'은 화면에 수평선만 나타나는 고장 난 TV를 90도 세워 수직선으로 바꾼 작업이다. 1963년 처음 선보였고 이번 출품작은 1995년 재제작한 것이다. 기계의 결함을 드러내면서 TV를 정보 수신기에서 명상을 위한 도구로 바꿨다.
박현기의 '무제(Untitled)'(1979)는 자연석과 돌 이미지가 나오는 TV 모니터를 함께 쌓은 설치 작품이다. 실제 돌과 화면 속 돌이 겹치며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묻는다.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 - 이민자들(Bottari Truck - Migrateurs)'(2007)은 보따리를 실은 트럭이 파리 외곽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는 여정을 담았다. 보따리 위에 앉은 작가의 뒷모습과 바뀌는 풍경이 대비된다.
보따리에는 프랑스 단체 엠마우스(Emmaüs)를 통해 모은 옷과 침구를 넣었다. 트럭은 미등록 이주민들의 권리 투쟁을 상징하는 파리 생베르나르 성당으로 향한다.
■디지털 공간과 AI의 새로운 서사
디지털 전환 이후에는 소프트웨어 편집과 대형 화면, 설치 구조가 결합하며 관람 경험이 넓어졌다. 관객은 화면 밖에서 영상을 보는 데서 나아가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공간 안에서 작품을 경험한다.
김희천의 '썰매(Sleigh Ride Chill)'(2016)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다룬다. 행인들의 얼굴이 작가의 얼굴로 바뀌고,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이 자동차 경주 게임의 트랙으로 변한다.
이안 쳉의 '천 개의 삶(Thousand Lives)'(2023)은 가상의 거북이가 환경에 적응하며 행동을 결정하는 실시간 AI 시뮬레이션이다. 거북이는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하며 방 안의 장애물과 주인의 방해에 대응한다. 미리 정한 장면을 재생하는 대신 AI의 판단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 추 니엔의 '끝없는 날의 유령들(Phantoms of Endless Day)'(2025)은 미완성 영화의 촬영 원본을 AI로 재구성한 4채널 영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한 인물들이 작가의 다른 작품 속 인물들과 교차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관람객은 오래된 TV와 AI 영상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감상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관람료는 2000원이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