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은 잠깐, 술집엔 개근"···200일 초과 입원한 병원 순례자 [거짓을 청구하다]
A씨 입·퇴원 수차례 반복..1500만원 편취
처치 필요하지 않은 초과 입원도 다수
1심 보험사기 유죄, 항소심도 원심 유지
[파이낸셜뉴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같았다. 입원과 퇴원이 반복됐지만 정작 병실에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밤이면 병원을 슬그머니 빠져나가 술을 마셨고, 처방받은 약은 복용하지 않은 채 집에 가져가 방치했다. 그럼에도 보험사에는 정상적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했다.
문제는 입원 자체가 불필요하거나 치료에 필요한 기간을 초과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점이다.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나 특별한 처치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병실에 머물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A씨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적정 입원기간을 초과한 일수는 200일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범행에서 적정 입원기간을 1주일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가로챈 보험금은 약 1500만원이었다.
A씨의 보험사기 행각이 드러나는 데는 과거 연인 B씨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B씨는 한 보험사에 A씨의 보험사기 의혹을 알렸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보험금을 받아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입원 중 생활에 대한 증언도 있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와 버렸다. 입원치료를 받는 중에도 밤마다 병원을 빠져나가 술을 마셨다. 실제 진료기록에서도 A씨가 입원기간 중 무단외출한 사실과 병실에 없었다는 내용이 잔뜩 쓰여 있었다.
A씨의 앞선 보험사기 전력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앞서 A씨는 약 6년 동안 50차례 넘게 입원한 이력이 있었다. 일수로 따지면 총 1300일에 가까웠다. 이 중 40%가량은 입원이 불필요하거나 적정 기간을 초과한 것으로 판단됐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실제 병원에 입원했더라도 보험사기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씨는 의료기관의 판단에 따라 입원했고 실제 치료도 받았으므로 보험사를 속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입원 여부를 단순히 병실에 머문 시간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환자의 증상과 진단, 치료 내용 및 경위, 입원 중 행동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보험금을 받을 사유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은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입원기간을 늘렸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양형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